【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반칙왕'(2000) '조용한 가족'(1998).

이 두 사람이 함께한 영화는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여년의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 배우가, 다른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됐다. 바로 송강호(49)와 김지운(52)이다.

두 사람이 영화 '밀정'에서 다시 만났다. 영화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일본 경찰과 의열단원의 이야기를 담은 스파이물이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가 맡은 역할은 일본 경찰 '이정출'이다. 이정출은 이 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에서 보여진 단순한 배신자가 아니다. 그는 의열단 정보를 캐내려는 인물로, 시대의 혼란 속에 그 자신 또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인물이다. 악도, 선도 아니다.

송강호는 이와 관련 "김지운 감독은 장르의 변주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놀라운 건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김 감독의 그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김 감독의 전작에서 송강호가 맡은 역할들은 평범한 게 없었다. '놈놈놈'의 '이상한 놈'은 말 그대로 '이상한 놈'이었고, '반칙왕'의 대호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레슬러가 되는 인물, '조용한 가족'의 '영민' 또한 이상하기로는 '이상한 놈' 못지 않은 캐릭터였다.

송강호는 이정출에 대해 "이정출은 우니나라의 아픈 역사 속에서 어떻게든 호흡 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라며 "수많은 삶의 감성들이 한 데 녹여진 그런 인물의 대표성을 띄는 게 이정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밀정'의 매력은 이분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난무했던 혼란한 시대에, 관점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밀정'의 첫 촬영은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됐다. 송강호는 촬영 전 이번 작품에서 일본경찰로 함께 호흡한 배우 엄태구와 함께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그는 그곳을 찾았던 경험을 말하며 "'밀정'이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다가가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그 내면에 암울해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분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과 8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 두 사람의 전작인 '놈놈놈' 또한 '반칙왕' 개봉 후 8년 뒤 개봉했다.

송강호는 김 감독에 대해 "이제 8년 뒤에나 보게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함께 20년을 작업해왔다. 선배이고, 동료이고, 형이다. 영화 동지로서 의미가 있는 분"이라고 추어올렸다.

이에 김 감독은 송강호를 "한계를 알 수 없는 배우, 한계가 궁금한 배우"라고 표현하면 화답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전작들에서 유아인·강동원·크리스 에번스·김상경·신하균 등 특히 남자배우들과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 그와 함께 연기하는 배우는 공유다. 공유는 평소 송강호와 연기하고 싶다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송강호는 공유에 대해, "영혼이 맑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송강호는 "세계를 바라보는 심성이 맑다. 그런 영혼이 전해진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만나도 본인의 열정이 100% 순수하게 투과하는 그런 배우"라고 했다.

영화 '밀정'은 다음 달 중 개봉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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