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자살롱 인문학 강의, 제주 전통 음식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한다

쿰자살롱 인문학 강의가 진행 중이다. 17일에는 ‘제주 전통 음식의 가치와 평가’를 주제로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강의했다. 

제주 토착민도, 제주 이주민도 제주 전통 음식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다. 별 양념 없는 멀건 생선국과 된장만 풀어 넣은 냉국을 보고 하는 말. "제주는 조리법이 단순하고 먹을 게 없다"는 오해. "여성들이 일하느라 바빠 부엌에 머무를 여유가 없어 별다른 요리법이 없다"는 굴절된 통념이 있다. 

# 제주 음식은 맛이 없다? #

이날, 양용진 원장은 이에 대해 시원한 해답을 내놓았다. “지구상 어떤 민족도 사람이라고 하면, 어떠한 환경에서든 가능한 가장 맛있는 요리법을 찾아 낸다”고. 그 설명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외지에서 제주도로 교환 교수가 오가던 시절이다. 그땐 제주대학교가 용두암 방면에 있었다. 제주도에 내려온 교수들은 다 이 근방에서 하숙을 했다.

초가집에 누우면 꽉 차는 작은 방을 빌어 지내는 동안, 집주인들은 잘 해먹이고 싶은 욕심에 매일 귀한 생선국을 끓여 준다. 지금은 일식집에 지리가 있어 익숙하지만, 당시 생선국은 생소하고 영 입맛에 안맞는 음식이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배려한답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내오는 생선국이라면 더 질색이었을 터. 교수들은 제주도를 나가게 되면 말한다. "먹을 것이 별로 없고, 조리법도 묘하다"고. 그리고 사회학자들은 이것을 '여성들의 가혹한 노동에 따른 여유의 부재'로 합리화하게 된다.

▲ 오래 전 제주 사람들이 먹던 일상적 밥상은 지금의 사람들도 본받을 만한 것이라는 게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의 말이다. ⓒ뉴스제주

“동물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먹지만 사람은 여유가 생기면 맛을 생각한다. 제주도 할머니들이 맛있게 만드는 법을 몰랐을까. 단지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니 별다른 양념의 필요성을 못 느꼈을 뿐이다. 제주도는 해안선이 갯바위라 갯벌이 있는 곳과 달리 생선을 잡아도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그때 그때 한두마리 잡아 와 마늘에 국간장만 넣어도 맛있는 생선국이 된다.” 양용진 원장의 말이다. 

맹물에 된장을 풀고 식초만 넣으면 끝. 조리법도 간단한 냉국이 가장 많은 곳도 제주도다. 모든 국이 간단한 것은 그저 '그렇게만 해도 맛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지역은 발효에 좋은 습도와 온도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7개월만 지나면 군내가 없고 맹물에 타 먹어도 맛깔나는 된장을 탄생하게 한다. 냉국을 흔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군내 없는 된장은 서울에서라면 최소 3~4년 묵혀야 한다. 

 

▲ 지금의 세계적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식단이 과거 제주 사람들이 먹던 건강한 밥상과 많이 닮아 있다. ⓒ뉴스제주

양용진 원장은 특히 제주도 우영밭 문화의 우수성을 꼽는다. 제주도 사람들은 우영밭에서 매 끼니 신선한 생채소를 섭취해 왔다고 한다. 게다가 사시사철 영상 기온이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때문에 제주는 김장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1000년 넘게 끼니마다 채소를 먹어 오니, 당시 사람들은 한겨울에도 홑겹 옷을 입은들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지금의 친환경 식단과 비교해도 우수한 것이다.

“친환경 식단은 가장 자랑스러운 제주 식사 문화라고 본다. 제주도와 유사한 기후를 가진 다른 곳과 비교해도 이곳만큼 채소를 많이 먹은 이들은 없었다. 채소가 시들면 나물로 먹고, 해초를 함께 무쳐 먹었다.” 양용진 원장은 특히 제주 사람들이 해조류를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주 식문화는 미국 뉴욕 CIA 요리학교에서 와 공부하고 갈 정도라고 한다. 실제 그곳 요리학교에는 한 학기 동안 제주 음식을 배우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 그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 
 

제주 사람들은 때에 따라 죽을 잘 해 먹어 왔다. 간이 안좋다 싶으면 보말죽을 끓여 먹고, 기운이 없을 땐 뭉게(문어)죽을 해 먹었다고 한다. 보말 내장을 터트려 볶은 뒤, 쌀이 그 내장 맛을 끌어들이게 하며 끓여낸 죽은 어디에서도 없는 요리법이다. 깅이(게)죽은 저어서 끓이지 않는다. 저으면 키토산 성분이 죽을 굳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등어죽은 꼭 옹기나 도자기에 담아 먹는다. 고등어는 금속과 닿으면 산화되어 비린내를 풍기기 때문이다. 양용진 원장은 말한다. “그때 그 사람들은 이걸 다 어떻게 알았을까?”

쉰밥도 그냥 버리지 않던 사람들. 쉰밥은 쉰다리가 되고, 식초로도 만들었다. 큼큼한 냄새 너머로 느껴지는 깊은 맛은 막걸리 식초보다 한 수 위다. 잔치가 열리면 귀한 과일을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라도 '식개반'이라고 나누어 먹던 게 제주 사람들이다. 양념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고, 잡곡밥을 먹어 왔고, 채식과 생식 위주로 식사를 하던 사람들. 당시 제주 사람들 밥상은 요즘의 세계적 식단 트렌드에 가깝다.  

▲ 해녀가 먹던 일상적 밥상. 낭푼에 밥을 담아 가운데 두고 채소, 젓갈, 생선국 등을 먹었을 것이다.(사진출처=세화해녀박물관) ⓒ뉴스제주

다만, 지금 그때의 조리법 그대로 음식을 만들면 맛이 없다. 입맛이 변해서라기보단 당시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양용진 원장의 말이다. “토종 재료가 사라졌다. 새마을운동을 기점으로 증산정책이 있었고, 모든 식재료가 대량화에만 치우쳐졌다. 토종을 살려내야 한다.” 

제주 토종을 지키는 것이 양용진 원장이 강조하는 제주 향토음식 보전의 첫걸음이다. '식재료가 전통적인 게 아니라면 그건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샛노란 제주 토종 참깨로 짠 기름을 구입해 사용하는데, 그 값은 흔한 참기름의 열 배에 달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종은 지속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꾸준히 사 먹어야 한다는 게 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의 말이다. 향토음식은 지금 봐도 본받을 점이 많다. 지나친 채집을 지양하고 환경과 어우러지던 삶. 어디론가 나아가기만 했을 때, 과거의 밥상은 믿음직한 이정표다 *

 

▷ 쿰자살롱 인문학 강의는 금요일까지 총 3강 진행한다. 18일 목요일에는 강가자의 ‘아플 때 찾는 우리집 부엌약국’이, 19일 금요일에는 박영희 ‘나는 된장이다’가 예정되어 있다. 강의는 무료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하며, 금요일 강의가 끝나면 태히언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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