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주서 개최된 강연회, 안 전 대표와 도민들의 일문일답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11일 "내년 대선에서 양극단 세력과는 절대 단일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스제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11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선 결코, 절대 양극단 세력과 단일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제주를 방문해 오전부터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도민들과 함께 숲길을 걷는 등 하루종일 제주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도민과의 함께 숲길 걷기 행사' 후엔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함께, 미래로 나갑시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후 한화리조트 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제주시 행원에 위치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방문하고 다시 서귀포로 넘어가 감귤관광농원을 방문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주제강연에서 내년 대선 때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도민들을 주목시켰다.

안 전 대표는 강연에서 먼저 국내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짚었다. 그 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동물원으로 비하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후에 이어진 두 번째 주제 '시대과제'를 두고 정치적 화두를 던졌다.

안 전 대표는 "기득권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후퇴할 것"이라며 "양극단 한 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절반의 국민만 데리고 정책을 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문제도 합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합리적 개혁을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내년 대선 때는 절대 양극단 세력과 단일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싸우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전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도민들. 가운데 왼쪽 파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장성철 국민의당 제주도당위원장. ⓒ뉴스제주

또한 안 전 대표는 "지금 이 나라를 봐보라. 우병우 사태를 포함해 검찰의 불공정한 처사와 해운의 구조적인 문제, 청년 일자리 실업 해결 못하고 혼란만 일으키고 있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중산층을 복원시켜야 한다"며 "저희 당은 중도정당이 아니다. 중도는 이념정당인데, 우리는 문제해결 정당이지 이념정당이 아니다. 중산층 복원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오늘 제주에 온 이유는 제주가 미래와 평화를 가장 잘 상징하고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제주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약 30분 간 강연을 진행한 뒤, 20분 동안 질의를 받겠다며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렸다. 아래는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

질문. 기자
양극단, 기득권 세력이라고 표현했는데 더불어민주당도 포함되나?

답변. 안철수
저는 양극단 '당'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 답이 됐을 것이다.

▲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박세필 교수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제주

질문.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줄기세포연구 박세필 교수
육지에 비해 제주는 농축산 생명산업이 17%를 차지한다. 국가적 기술혁명이 제주엔 어떻게 접목돼야 한다고 보나.

답변. 안철수
전 IT전문가이지만 박사학위는 BT다. 제가 했던 일은 유전자가위기술이다. 우리는 점차 신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제도적 준비가 안 돼 있다.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1∼2번이 물리학 박사다. 거기에 걸맞게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제주는 식품산업까지 연계해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인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질문. 대기고등학교 1학년 김명진 학생
우리나라 교육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나.

답변. 안철수
교육은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 초중고만 말하는 게 아니다. 우선 초중고와 대학까지 말로만이 아닌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금 교육은 산업화시대에 제조업 노동자를 키우려던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이런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중장년층을 위한 평생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해야 한다. 특히 이 분야는 OECD 국가 중 우리가 꼴찌다. 정부에서 손놓고 있다. 게다가 교육개혁은 그 자체만으론 할 수 없다. 일자리 개혁과 같이 가야 한다.

▲ 대기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명진 학생(1학년)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국내 교육현실에 대한 방안을 질의했다. ⓒ뉴스제주

질문.
기업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답변. 안철수
아직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라고 그냥 두면 안 된다. 공정한 시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바로 잡아줘야 한다. 기업 생태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받아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재의 공정거래위는 선진국에 비해 권한이 작아 권한을 더 줘야 한다. 공정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결과에 대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보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원래 공정위는 경제기관에 대한 준사법기관이어서 경제부처와 싸워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 우리나라에선 (공정위와 경제부처가)서로 협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가 독립성을 강화해 준사법기관이 돼야 한다.

질문.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것을 먼저할 지에 대한 기준이 뭔가

답변. 안철수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날 하루의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주어진 일만 하다보면 급한 일만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중요한 일을 안 하게 된다. 국회에서 느꼈던 것이 바로 그거다. (국회의원들이)급한 일만 하고 중요한 일은 안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에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급한 일과 중요한 일, 그 둘을 놓고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반복하다보면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게 된다.

질문.
요즘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해(國害, 나라를 해치는)의원'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언가.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뉴스제주

답변. 안철수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정말 죄송하다. 어떤 이야기를 한들 자유롭지 않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여러 구성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유권자도 제대로 판단해야 하고, 언론도 제대로 보도돼야 한다. 지난해까지 1년 반 동안 매달 한 번씩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나면 정치부 기자들이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 까요, 안 까요?'라고 물어본다. 토론회를 통해서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사회에 쌓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정책 솔루션이 기사화 되더라도 사람들이 그걸 읽지 않는다. 그러니 기자 입장에선 몇 시간 고생해가며 쓰는 그런 글 보다 누가 누굴 까는 글이 쉽게 먹히니 그걸 쓰는 거다. 이게 악순환이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언론이 만든다. 그러다보니 정책 솔루션이 아니라 정치적 퍼포먼스에 사람들의 시선이 맞춰진다. 그래서 우리는 불행히도 콘텐츠가 없는 정치인을 뽑게 된다. 이건 누가 잘못했다 할 수 없는 문제다. 정치인 스스로도 힘들고, 언론도 이 악순환을 끊기 힘들다. 열심히 하는 시민단체들에 의해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장치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질문.
97년 대선 당시 새정치 타이틀, 혼란스러웠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다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답변. 안철수
예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만들어지고, 30년 만에 가장 빨리 국회가 개원했다. 이런 것이 새정치의 모습이다. 매일 아침마다 7시에 국회의원 90%가 참석해서 공부하고 일하는 국회 문화를 만들었다. 그게 중요하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하나하나 다른 모습을 실제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동참하는 우리나라의 합리적 개혁, 모든 사람의 힘을 합쳐야 한다.

질문.
제주의 해양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답변. 안철수
해양산업에 대해선 지방자치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없다. 제주 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중앙정부의 권한에 눌려 창의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저는 분권시대에 대해 확실한 철학이 있다.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선 이번 정부에서 말하는 '창조'가 위에서 결정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시행착오가 생기고 그걸 통해 더 커지게 된다. 제주도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보다 더 자치권한이 강화되고 재정이 뒷받침 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혼자 안고 가려고 하지 말아야 나라 전체가 더 잘 될 수 있다.

▲ 안철수 전 대표는 11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대극장에서 '함께 미래로 나갑시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뉴스제주
▲ 안철수 전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도민. 왼쪽이 박세필 교수. ⓒ뉴스제주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