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극장가는 '아수라'판이지만, 가을이 오는 길목을 폭력적이고 터프하게 맞이하긴 아쉬운 9월의 마지막이다.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가 개봉했다. 화려한 영상과 파격적인 자극도 없지만 뭉클 울림을 주는, 혼자 보기는 아까운 작품을 소개한다.
◇거장들의 만남…'설리:허드슨강의 기적'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들고, 톰 행크스가 연기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두 거장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영화는 지난 2009년 US 에어웨이 소속 항공기가 기체에 이상이 생기자 뉴욕 동부 허드슨강에 긴급 착륙, 탑승자 155명 전원이 생존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언뜻 보면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은 '감동의 재난영화'로 보이지만, 노장 감독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기적적인 생존 후 이 사건의 진실을 두고 벌어지는 조종사 '설리'(톰 행크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스트우드와 톰 행크스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감동을 만들어낼지 지켜봐야 한다.
◇'러브레터'의 감성을 다시 한 번…'립반 윙클의 신부'
90년대 후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아련함, 그 자체였다.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 등은 한국 관객에게 이전에 우리 영화에 없던 감성을 가져다줬고, 특히 '러브레터'는 그 유명한 대사("오겡끼데스까")와 함께 전설로 남았다.
그런 이와이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SNS 속 삶만이 전부인 '나나미'는 SNS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온갖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로 인해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다시 혼자 남은 나나미는 SNS에서 만난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면서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와이 감독이 디지털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이 매체를 활용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립반 윙클의 신부'는 이주 개봉작 중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해녀, 그들의 삶…'물숨'
'물숨'은 고희영 감독이 무려 7년의 취재 끝에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물숨'은 물 속에서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는 숨을 뜻한다. 이 영화는 바다 속에서 오래 숨을 참아야 하는 이들, 해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물숨'은 아마도 해녀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최초의 작품일 것이다. '물숨'은 해녀라는 직업을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해녀의 등급, 등급에 따른 활동 영역, 그들 만의 불문율 등이 이어진다.
영화는 이와 함께 해녀들 개인의 삶과 이들이 왜 해녀의 삶을 사는지도 들여다본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바다와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해녀, 제주도의 풍광이 어우러진 영상 또한 이 작품에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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