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의 감성을 다시 한 번…'립반 윙클의 신부'

90년대 후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아련함, 그 자체였다.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 등은 한국 관객에게 이전에 우리 영화에 없던 감성을 가져다줬고, 특히 '러브레터'는 그 유명한 대사("오겡끼데스까")와 함께 전설로 남았다.

그런 이와이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SNS 속 삶만이 전부인 '나나미'는 SNS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온갖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로 인해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다시 혼자 남은 나나미는 SNS에서 만난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면서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와이 감독이 디지털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이 매체를 활용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립반 윙클의 신부'는 이주 개봉작 중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해녀, 그들의 삶…'물숨'


'물숨'은 고희영 감독이 무려 7년의 취재 끝에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물숨'은 물 속에서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는 숨을 뜻한다. 이 영화는 바다 속에서 오래 숨을 참아야 하는 이들, 해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물숨'은 아마도 해녀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최초의 작품일 것이다. '물숨'은 해녀라는 직업을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해녀의 등급, 등급에 따른 활동 영역, 그들 만의 불문율 등이 이어진다.

영화는 이와 함께 해녀들 개인의 삶과 이들이 왜 해녀의 삶을 사는지도 들여다본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바다와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해녀, 제주도의 풍광이 어우러진 영상 또한 이 작품에 의미를 더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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