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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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군에서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와 보니 『가라데(공수도)』라는 운동이 대유행하고 있었고, 라가데 도장까지 문을 열어 영업중이었다. 그 당시 모슬포에는 제 1훈련소가 있었고, 제 1 훈련소에서 창설한 29사단 사단장 C 장군은 가라데 유단자였다. 그는 유단자이기도 하였지만 워낙 가라데를 좋아해서 가라데 운동 보급에 앞장섰는데 그 영향 때문에 제주도에는 가라데 열풍이 불고 있었다.
C 장군은 나중에 한국 공수도 회장이라는 감투도 썼지만, 미국을 거쳐 월북한 후에 공수도 회장까지도 역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한국에서는 가라데가 어떤 운동인지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제주도에서는 크게 유행하여 너도 나도 가라데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가라데 유단자였던 제주전신전화국 말단직원 K 씨는 서울로 발령받아 광화문에 있는 국제전신전화국 창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시골인 제주에서 상경한 그는 그 곳에서도 말단 직원으로서 창구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방산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건달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무실에 나타나 돈을 요구했고, 금액이 적으면 행패를 부리곤 했다. 반 년 정도 근무하면서 윗분들이 그들에게 고스란히 당하는 모양을 지켜보기만 하던 어느 날 그들의 행패에 격분한 K가 버럭 큰 소리를 질렀다.
“야!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냐?”
그가 지른 큰 소리에 어이가 없었던 건달들은
“야! 너! 뒷마당으로 나와!”
하며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K를 지목하여 불러냈다. 사무실의 윗분들도 놀라서
“아이고! 이 사람아! 어쩌자고 이러는가? 저 분들이 누군 줄 알고 비위를 건드리는 게야? 빨리 나가서 싹싹 빌고 사과하게.”
하며 벌벌 떨었다. K는
“일잔 알겠습니다.”
하고는 뒷마당으로 나갔다. 건달패거리 십여 명이 빙 둘러서며 위협하더니 일제히 K에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순식간에 가라데로 십여명를 단숨에 쓰러뜨리더니, K는 툭툭 털며 유유히 사무실로 들어와 버렸다. 일격에 당한 건달들은 눈을 부릅뜨고 서로 쳐다만 보더니
“오늘은 ....그냥....가자.”
하고 철수해 버렸다.
사무실 안에서는 근심걱정으로 우왕좌왕하면서도 K의 솜씨에 모두 놀라서 버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음 날 그들은 50명쯤 떼를 지어 나타났고, K에게 뒷마당으로 나와 달라고 했다. 이번은 죽었구나 하고 모두가 걱정하였다. K가 뒷마당에 나아가자 두목인 녀석이 느닷없이
“차렷! 모두 엎드려 절해!”
하는 구령이 내려졌고, 50명 모두가 땅바닥에 엎드려 K에게 넙죽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오늘부터 우리 사부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소리쳤다.
사무실 직원들은 죽을 줄로만 알았던 K가 왕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그들은 이 사무실로 돈 뜯으러 오지도 않았고, K는 1주일에 한 번 씩 그들을 가르치는 사범이 되어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깡패짓만 하던 그들이 가라데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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