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법령 위반(?)하면서 중문동 주민센터 예산 편성해놓고
교육청 우레탄 트랙 예산 지원엔 문광부 지침 운운하며 거부

제주특별자치도정이 관련 법령을 어기면서까지 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아직 법령을 어긴 건 아니지만 중문동 주민센터 신축사업에 대한 공유재산심의 결과에 따라 어긴 것으로 판단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유재산물품관리법에 의하면, 2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공사나 6000㎡ 이상의 토지를 공유재산으로 취득할 경우엔 반드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주도정이 이를 어겼다. 제주도정이 의회 동의를 받지 않고서 중문동 주민센터 신축사업에 따른 예산 27억 원을 이번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기 때문이다.

▲ 안창남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삼양·봉개·아라동). ⓒ뉴스제주

관련 법령 체계에 의해 제주도정은 예산안에 편성하기 전에 중문동 주민센터 신축사업에 대한 공유재산심의 동의요청을 제주도의회에 했어야 했다. 더 정확히는 임시회 또는 정례회 본회의 회기 개회 10일 전에 해야 한다. 허나 제주도정은 어제(18일)야 도의회에 동의요청을 했다.

타 지자체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는데, 의회 회기 중에 제출해도 심의할 수 있으니 법령을 어긴 건 아니라는 유권해석이 있었다.

그렇다해도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제주도정이 공유재산심의 동의요청을 도의회에 하고 심의 결과에 따라 예산을 편성했어야 했는데, 먼저 예산을 편성하고 난 뒤에 도의회에 동의를 요청한 것이다. 즉, 행정절차를 거꾸로 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공유재산심의 결과, 도의회에서 이를 거부하면 제주도정은 중문동 주민센터 예산을 편성할 수 없게 돼 법령을 어긴 꼴이 된다. 결국,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

이에 대해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19일 제주도정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갖고 이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태풍 피해 대책을 세울 용역비도 계상하지 않으면서 당장 2개월 내에 집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중문동 주민센터 신축사업비를 추경에 올린 건 무슨 이유 때문이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김정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해당 사업은 그동안 부지매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토지주가 최근 매입 의사를 밝혀와서 부득이하게 이번에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며 "공유재산심의를 거쳤고 어제 도의회에 동의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역현안사업은 이거저가 막 따지면서 집행부가 하는 건 절차를 지키지 않고 막 해도 되는 것이냐"며 "2달 후엔 부지매입이 안 되는 것이냐. 이게 그렇게 시급한 사업이냐"고 질타했다.

▲ 김명만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을). ⓒ뉴스제주

더구나 더 논란이 되는 건 이렇게 법령을 어긴 제주도정이 당장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한 학교 내 우레탄 트랙 교체사업엔 지원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행정에서 법령을 어기면서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우레탄 트랙에 대해선 거부 사유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을 이유로 들고 있어 '이중적 잣대'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김명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파고들었다.

김 의원은 "토지를 매입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법령(공유재산관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렇게 시급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태풍 피해로 아우성이고, 학교운동장 우레탄 트랙 교체사업비가 부족하다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집행부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지원이 안 된다고만 말하는 게 맞는 자세냐"고 질타했다.

이에 권영수 부지사가 "지원해주고 싶어도 어렵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법령을 위반하면서 예산 편성한 분들이 왜 이건 못하겠다는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권 부지사는 "불이익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타 시·도에서 그렇게 하면 우리도 할 수 있긴 하지만 문광부에서 내린 지침이 있기 때문에(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는 타 일반 시·도와는 다른 특별자치도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건 해야 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권 부지사는 "특별자치도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달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다시 김 의원은 "그러면 지침이 법령보다 위에 있는 거냐. 지침은 조례안보다도 못하고 효력이 없다"며 "예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깊이 고민해보라"고 당부했다.

김경학 예결위원장도 "문체부 지침도 중요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문체부 소속 특별자치국은 아니지 않느냐"며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뻔히 아픈 환자가 옆에 있는데 방치해서 되겠나. 우리가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도민에게 무얼 어떻게 해줄 수 있는가를 논의하기 위한 거다. 법 이야기만 하면서 원론적인 얘기만 하지 말고 제주도가 문체부 소속이 아님을 유념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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