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 설파하던 도정, 코너에 몰리자 ‘법과 원칙’만 따져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제1의 기치는 청정 제주자연환경 가치를 확산하는데 있다.

원희룡 지사는 2014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제주도정의 캐치프레이즈를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로 정하고 ‘청정자연’을 제주의 1차적 가치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청정자연을 바탕으로 휴양과 헬스, 레저, 문화, 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2차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제주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그래서 바로 그 아래, 제주의 가치를 더하고 높이고자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대규모 개발 및 투자 가이드라인 제시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중산간 지대에선 앞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중산간 가이드라인’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청 홈페이지에 명시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목표. ⓒ뉴스제주

‘중산간 보전 가이드라인’은 2015년 8월 5일자로 시행됐다.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제한한다는 것이 주된 핵심이다.

고시된 제한지역은 평화로를 비롯해 산록남로, 서성로, 남조로, 비자림로, 516로, 산록북로, 1100로, 산록서로 각 일부 구간을 연결하는 한라산 방면 지역으로 정해졌다.

다만 국가나 제주도(지방공사 포함)가 시행하는 공공 및 공익 목적 사업에 대해서는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이 규정으로 중산간 지역이라도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통해 3만m² 이상 개발이 가능했던 대규모 개발사업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이후 지난해 4월, 원희룡 도정이 세운 중산간 가이드라인 정책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상가리 관광지 개발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당시 어처구니 없었던 건 환경보전국장이라는 고위직 공무원이 “전임 도정 때부터 추진해 왔던 거라 여기서 멈추면 사업자가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며 사업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점이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4월 20일에 소집한 간부회의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대로 도의회에 넘기기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일단 제동을 걸었고, 결국 상가리 관광지 개발사업은 백지화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환경철학을 지키려는 모습을 당당히 보였다.

▲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위치도. 해발 350∼580m의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다. 마라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357만 5000m²의 부지에 6조 2800억 원이라는 초거대 자본이 투입된다. ⓒ뉴스제주

하지만 그 뒤, 무려 6조 28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에 그러한 자세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해당 사업부지는 제주시 오라2동 산46-2번지로, 정확히 엄밀히 따지면 ‘중산간 보전 가이드라인’에서 고시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제한지역에 속하진 않는다.

원희룡 지사는 올해 6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오라관광단지 사업에 대해 “이미 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됐고 2년 전에 제시했던 ‘산록도로-평화로’ 한라산 개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이곳은 제주에서 개발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땅이어서 백지화는 불가능하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부지는 해발 350∼580m에 이르는, 명백한 중산간 지역으로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완충지대다. 또한 사업지 바로 인근에 열안지오름과 들리오름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부지 면적만 357만 5000m²인데, 이는 마라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곳에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 단지가 들어선다. 하루 오수발생량이 4480톤에 이르며, 1일 생활 용수는 9524톤에 달한다. 5성급 호텔 2500실, 분양형 콘도 1815실, 면세백화점, 테마파크, 각종 상가시설이 들어선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조감도. ⓒ뉴스제주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내 골프장이 너무 많아 경영악화로 힘든 와중에 골프장이 또 들어선다. 이와 함께 카지노 시설 역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도정에선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신규 허가의 문제일 뿐, 카지노 관리제도가 갖춰지는 때를 맞아 완공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사업자가 카지노 시설을 안 지을 리가 없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흉악범죄의 주된 원흉으로 지목된 것이 인구 증가와 급격한 관광객의 유입이다. 사업자인 JCC(주)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으로 제주에 3000만 명 관광객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버젓이 내걸고 있다.

게다가 제주도정은 환경자원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적정 인구수에 대한 정책을 세워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제주도정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해 상가리 관광지 개발사업을 중단시키면서 원 지사는 당시 “전임 도정에 있던 사업들 또한 환경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방침에 적용된다”고도 말한 바 있다.

또한 원 지사는 지난해 4월 26일 중앙썬데이 글로컬광장에 ‘100년 후에도 온전해야 할 제주 올레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똑같은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게재했다.

원 지사는 “지금까진 투자유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제주의 중산간과 오름, 해안은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 유치는 환경보호와 사업자의 이익, 행정의 일관성이란 3가지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때 가정 우선되는 가치는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환경을 중심에 놓고 다른 가치들이 가지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썼다.

환경보호를 최우선이라고 했던 원희룡 지사다.

그랬던 도지사가 이제는 사업 추진이 오래됐고 제주에서 대규모 개발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어설픈 정당성을 대면서 그러한 환경철학을 1년 6개월 만에 뒤집어버렸다.

그러면서 원희룡 도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밟았다”고 말하고만 있다. 이미 중산간 가이드라인에 따른 ‘환경보호 최우선’의 가치는 ‘법과 원칙’ 아래 놓여 버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