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 번식으로 한라산 다양한 식생 죽어가지만 행정에선 여전히 '검토 중'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조릿대' 관리를 위해 올해 8월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나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추진 의지 부족'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는 26일 세계유산본부를 상대로 제346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명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세계유산본부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제주조릿대 문제"라며 "그거 때문에 한라산의 다양한 식생이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명만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라산에 퍼져 있는 제주조릿대. ⓒ뉴스제주

김 의원이 지적한대로 현재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저지대에서 국립공원 구역까지 침범해 철쭉과 구상나무, 민들레밭 등 기타 식물들이 들어설 공간을 죄다 차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종 다양성을 헤치고 있는 문제 때문에 제주조릿대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제주도정은 2025년까지 10년 간 약 100억 원(전액 국비)을 투입하기로 하고, 올해 8월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에만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달라 탁월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다.

그나마 가장 효과가 높아 보인다는 것이 '말 방목'으로 인해 제주조릿대 뿌리 생장을 억제한다는 방법이다.

김홍두 세계유산본부장은 "말 방목과 벌채를 통해서 최대한 자연적으로 억제하려는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고 답했다.

김명만 의원은 "효과 여부를 따져 물을 단계가 아니다. 제때 시급하게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립공원 지정이 박탈되고 그러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등재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의원은 "심각한 상황인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연이라는 것이 자가복원력도 강하지만 이러한 문제도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희귀동식물 다 없어지고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외부에선 보기엔 답답하겠지만 내부적으로 긴급성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더 속도내서 빨리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우려 확산을 경계했다.

또한 김 의원이 "이제 당장 어떻게 추진되느냐"고 묻자, 김 본부장은 "내년에 3∼4억 원을 편성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 문제가 3∼4억 원으로 해결될 일이냐"며 "100배 예산을 투입해도 될까말까한 문제인데, 식생복원에 시급히 인식하고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정에서 생각 중인 방안은 2가지다. 김 본부장이 말했던 것처럼 말 방목과 벌채다.

우선 벌채는 효과가 확실하지만 토양 훼손이 심각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제주조릿대의 뿌리는 한 줄기에 하나가 있는 형태가 아니라 여러 군락이 엮어져 있다. 즉, 줄기 하나를 잡아 뽑으면 그 주변 조릿대 줄기가 다른 뿌리와 함께 연이어 뽑힌다. 이렇게 되면 토지가 파헤쳐져 황폐화되고, 폭우 시 토사가 쓸려나가 산사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현재 한라산국립공원의 면적은 153.386㎢에 이른다. 이 면적의 90% 이상을 제주조릿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 많은 조릿대를 벌채하려면 엄청난 인력이 동원돼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가장 최적의 대안이라는 것이 말 방목인데, 이 방법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말이 돌아다니면서 조릿대를 밟으면 생육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하지만 말은 특성상 나무껍질을 벗겨내려는 성질이 있어 구상나무나 여타 다른 나무들의 생육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탐방로 인근에선 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방법이 혼재돼서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행정에선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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