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내 특정 공간 사유화, 작품 기증 이유로 영구 전시... 이대로 괜찮을까

제주도립미술관에 들어가보면 항상 1층 왼쪽 전시실은 변함이 없이 '장리석 화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이 생긴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다른 전시공간으로 내주지 않고 차지해 왔다. 도립미술관이 문을 열 당시 장리석 화백이 자신의 작품을 모두 기증하면서 이뤄진 협약에 따른 조항 때문이다.

이러한 영구적인 전시공간 점유로 인해 미술관 내 볼거리가 줄어들고, 보다 더 다양한 작품 전시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립미술관도 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저지리에 있는 현대미술관에도 박광진 분관과 김흥수 상설전시관이 같은 예다.

▲ 이선화 제주도의원(새누리당, 삼도1·2,오라동). ⓒ뉴스제주

이선화 의원(새누리당)은 27일 속개된 제346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이선화 의원은 "시대에 맞는 전시를 하려면 공간이 부족한데 미술관 내 가장 메인 자리에 10년 째 장리석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기증받으면서 전시가 돼 있는 건데, 당시 협약 내용에 영구히 상설 전시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이선화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장리석 기념관은 김태환 전 도정 때에, 김흥수와 박광진 화백의 전용 분관 및 상설전시장은 故신철주 군수 시절에 이뤄진 사항이다.

이 의원은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고 영구 전시하도록 협약이 체결되면서 도민세금이 정치적인 산물로 쓰여지게 된 꼴"이라며 "당시 정권이 영구히 가는 것도 아닌데 심의위원회 없이 이렇게 독단적으로 협약이 이뤄졌다는게 말이 안 된다.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김 관장은 "10년 전 일에 대해선 제가 뭐라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며 "보완대책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 사실 올해야 취임한 김 관장이어서다.

이 의원은 "예술가들의 기증도 좋지만 장리석 기념관이 10년 이상 전시되면서 제주도민의 미술문화 융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는 조사는 있느냐"며 "정책 결정자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인데 이래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 관장 역시 "미술관에 작품을 소장한다는 건 항구적인 비영리적 기관이기 때문인데 그 영구성에 대해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이어 김 관장은 "향후 작품 기증 의사가 들어왔을 시엔 심의위 시스템에 의해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성을 갖춰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김창열 화가의 기념관에도 92억 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갔고 1년 운영비만도 27억 원이나 된다. 건물누수나 여러 문화사업까지 하게 되면 연 30억 원의 돈이 소요된다. 문화 브랜드를 가지는 건 좋지만 그러한 예산이 투입되면 그게 도민들의 문화향유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사실 장리석 화백이 그린 해녀그림도 제주해녀가 아니라 외국 남미 여성을 가리킨다는 평론도 있다"며 "유명하다 해서 문화사대주의처럼 덥석덥석 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또 하나 더 아쉬운 건, 정작 제주에서 태어나서 제주의 문화 DNA를 받은 강요배와 같은 예술가들도 있는데 이러한 제주작가에 대한 예산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제주도립미술관. ⓒ뉴스제주

김태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해 가세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내 청년작가 콘텐츠를 확산시킬 인큐베이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그 방향과 관련해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미술관이 시민들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내년부턴 전문가 아카데미를 운영할 준비 중에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청년작가 소규모 전시 예산에 연 2500만 원이 책정돼 있더라. 이걸로 뭘 하겠다는거냐"며 "적어도 원희룡 도정에서 문화의 가치를 키우겠다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면서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해야 하는데 일일이 간섭하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 관장은 "청년작가 양성을 위한 인큐베이팅 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상호 지역주의적 관점에서 타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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