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4일 오라관광단지 사업자에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 '일단 제동'
여론 악화에 마지못해 보완 요구하나 '의구심'... 사업 철회할 생각은 없는 듯

원희룡 제주도정이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놓고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라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도민들이 반대하면 철회할 수도 있다"는 발언과 동시에 "제주엔 2개 정도의 복합리조트단지가 있어야 한다"는 서로 전혀 상반된 말을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의중을 과연 누가 알까.

개발 없이 자연상태의 제주관광 자원만 가지고 제주도가 먹고 살겠다면 그리하겠다고도 말한 원희룡 지사.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더욱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뉴스제주

제주도정은 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허나, 원희룡 지사가 제동을 걸었다.

악화된 여론 때문인지, 혹은 원희룡 지사 자신의 마음 내부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갈등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 지사는 4일 환경영향평가서에 최종 사인을 하지 않았다. 사업자 측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보완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모르긴 몰라도 '한 입으로 두 말하기 행태'라는 또 한 번의 지적을 받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로 읽혀지기도 한다. 이 부분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최고 수장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도 한 터다.

더군다나 '최순실 게이트' 혹은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들이 엄청난 실망감을 겪고 있는 이 때,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저버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보여선 안 될 분위기다.

관련 법 상, 제주도정은 도의회 본회의 개시 10일 전에 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 마지막 정례회가 오는 11월 15일에 개회되므로 사실상 이날이 '데드라인'인 셈이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를 도의회에서 검토하는 건 내년으로 넘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제347회 정례회 회기 중 본회의가 7일이나 된다. 마지막 제7차 본회의가 오는 12월 20일에 열리기 때문에 실제적인 제출시기 마감은 12월 9일이 될 수도 있다.

제주도정은 "4일 사업자에게 중산간의 지하수 보전과 오염 방지를 위해서 지하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상수도와 중수도 등 다른 용수 사용계획을 보완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사항과 함께 제주도정은 기존 공공 하수처리장의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임을 감안, 하수 및 폐기물의 전량 자체처리계획과 사업부지 내 휴양콘도시설의 적정 수요량 재산정 및 조정 등을 '제주미래비전'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보완해달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정은 "뿐만 아니라 충실한 투지계획의 이행과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교통과 경관영향 등 종합적인 것을 엄밀히 검토해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사업자 측에 보완요구를 하면서 일단 제동을 걸긴 했으나, 현재 원희룡 지사의 의중대로라면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철회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면서 논란이 됐던 '하천변으로부터 30m 이격해 건축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한 내용이 없기도 하고, 보완만 된다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계획 조감도. ⓒ뉴스제주

# 절차에도 없던 결정하고선 다시 뒤집기, 진짜 의중은?

제주도정은 4일 다시 한 번 더 "법과 원칙에 입각해 우려한 문제를 검토했다"고 했다.

이 부분이 사실 '코미디'다.

지난 9월 21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41건의 부대사항을 달고 '조건부 동의'로 통과시켰다. 그걸로 환경영향평가 심의는 끝났다. 절차대로라면 사업자는 조건부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보완사항만 심의위에 제출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제주도정은 10월 14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 회의를 다시 열어 사업자가 부담스러워 하는 조건부 사항 일부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돌려 놓는 꼼수를 벌였다.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이런 회의소집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 퇴장해버렸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모두 '법과 원칙'에 의거해 진행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적인 회의"라며 맞섰다.

결국 이에 대한 논란은 "원희룡 지사가 오라관광단지 사업에 깊이 관여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부터 "제주도정이 일방적으로 사업자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일면서 비난여론 쇄도로 이어졌다.

강경식 제주도의원이 이 부분을 걸고 넘어졌다가 "증거를 대라. 안 그러면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제주도정이었다.

그렇게 '법과 원칙'대로 했다면 여러 의혹들에 대해 밝히면 될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원희룡 지사는 작심한 듯 대학생들과 토론장에서 "도민들이 반대하면 철회할 수도 있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헌데 이 말이 '진심'으로 읽혀지지 않는 이유는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포기하진 못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말을 뒤이어 했기 때문이다.

▲ 김명현 기자. ⓒ뉴스제주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 절차를 다 정상적으로 밟았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사업자와 이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에겐 기가막힐 노릇인 셈이다.

결국, 원희룡 도정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행정행위를 했을진 몰라도 이렇게 '왔다갔다 행정결정'을 내리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사업자, 주민들 모두에게 신뢰를 잃으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4월, 원희룡 지사는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사업으로 논란이 일었을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자신이 내뱉은 환경철학의 기조를 지켰다. 그게 지금 사라졌다.

말 뿐인 '환경보존'이 돼버린 지금, 원희룡 지사가 지켜야 할 건 '대규모 개발사업'이 아니라 일관돼 보여야 할 자신의 정치철학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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