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이 체육계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데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체육계를 쥐락펴락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 들어 체육계를 바로잡겠다며 행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일들이 결국은 최순실 일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비정상의 극치였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9월 취임한 이후 사퇴하기 전까지 무려 3년간 재임하며 '체육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체육계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4대악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존 체육인들을 비리 집단이나 부패의 온상으로 취급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산하 기관의 요직에는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며 조직을 휘하에 두려했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대회조직위 위원장이 3차례나 바뀐 배경에 김 전 차관이 있다.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과 평소 마찰을 빚었고 일방적으로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이 최순실씨가 설립과 운영 전반에 관여한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부를 거부하자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조 회장은 2년 가까이 평창 조직위를 이끌어오다 지난 5월3일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갑작스런 사퇴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오랜 기간 체육인재를 발굴하고, 체육인 역량향상과 교육에 집중해온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해체한 뒤 국민체육진행공단 산하에 편입시켰다.

당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해체에 반대하면 버텼지만 결국 정리가 됐다. 문제는 이후 체육인재육성재단이 해체된 올해 1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 그리고 인재육성재단이 해오던 사업 대부분은 K스포츠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등장했다.


"김 전 차관이 산하 조직은 물론 체육계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체육계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의 행동대장격이었던 셈이다.

김 전 차관의 전횡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제주전국체전에서 대회 직전 승마 종목만 제주가 아닌 인천으로 경기장이 변경됐다.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승마협회에 경기장 변경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고, 이번에도 김 전 차관이 움직이면서 성사됐다.

문체부에서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K스포츠클럽 정책도 재검토에 들어간 시점에서 K스포츠재단이 생활체육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반영되는 생활체육 활성화 사업을 K스포츠재단에 밀어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역시 장기적으로는 문체부가 추진 중인 스포츠 유망주 교육시설은 'K스포츠타운'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년 의원은 "장씨가 운영하는 영재센터와 더스포츠엠이라는 차명회사가 장기적으로 K-스포츠 타운 운영을 겨냥해 세워졌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각종 이권을 챙기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주도로 K스포츠타운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고, 공교롭게도 문체부 발표 직전에 장씨의 영재센터가 설립됐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스포츠 비리 사례집'을 발간하며 "스포츠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스포츠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바람을 나타냈지만 이 또한 권력 앞에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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