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현실에 대해선 연신 "이 사태, 죄송하다"
11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더불이민주당 '희망, 대한민국을 말하다' 특강

▲ 안희청 충남도지사. ⓒ뉴스제주

안희정 충남도지사(더불어민주당, 52)는 11일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안희정 지사를 초청해 오후 7시 30분 제주상공회의소 5층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희망,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 번째 강연을 개최했다.

안희정 지사의 강연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의 강연은 자신의 성찰부터 시작됐다. 안 지사는 "국민들이 느낀 분노와 좌절, 모욕감에 대해 위로의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함께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왜 당신이 죄송하다고 하느냐. 그건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함께 이끌어야 할 의회와 정당정치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저의 사과"라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처럼 "쎄게 때려서 끌어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당 지도력과 의회 지도력으론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지금 이 정권은 끝났다. 규탄하고 시위를 하는 건 광장에 나가있는 사람들이 훨씬 잘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대해 누군가 말해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로할 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미안하다"고 재차 전했다.

이런 안 지사의 거듭된 사과에 청중 누군가가 "왜 만들지 못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안 지사는 "합의를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뉴스제주

특강에 앞서 안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말을 했다.

안 지사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책임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야3당이 힘을 모아 논의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 대통령 거수기로 전락해왔던 의회가 책임감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지사는 현 대통령의 하야 촉구 움직임에 대해 "대통령이 사퇴하더라도 의회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의회가 향후 대통령의 일정을 논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선 출마 의지에 대해선 조심스런 답변으로 나섰다.

안 지사는 "공식적으로 출마의지를 밝힌 건 아니나 당 예비후보 도전자 중 하나인 건 맞다"며 향후 대선행보의 움직임을 확정지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민주정부 10년이 분열된 지금을 봉합할 수 있는 사람이 당내 대선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제주에서 특강에 나섰다. ⓒ뉴스제주

이어 안 지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당은 다르지만 좋은 동반자"라는 표현을 썼다.

안 지사는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좋은 정치모델을 같이 만들고 싶다. 당이 다르더라도 적대하거나 원수처럼 싸우진 않겠다"며 "정책 차이로 인해 논쟁을 벌일 순 있으나 서로를 적대적 개념으로 비난하고 말꼬리나 잡으면서 비난을 퍼붓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안 지사는 "원 지사는 이러한 제 소신과 미래 정치에 대한 도전에 비록 당을 달리 하지만 좋은 동반자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제주도'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안 지사는 "제주의 지역발전 전략은 에너지, 환경, 생태에 대한 도전과 인구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원 지사에 의해 실현되고 있는 좋은 정책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원 도정의 좋은 정책들'로 ▲전기자동차에 의한 환경정책과 ▲중산간 보호와 지하수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 ▲에너지자립 섬이 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략 ▲미래비전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을 꼽았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제주도가 국제적 휴양관광도시가 되려면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권역이 좀 더 평화로운 질서체제로 확립돼야 한다"며 "아시아 다자 평화체제까지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오후 7시 30분 안희정 충남지사를 초청해 제주상공회의소 5층에서 '희망,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 번째 특강을 개최했다. ⓒ뉴스제주

특강을 듣던 한 청중은 "대체 더민주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며 "문재인 대표는 왜 하야하라는 말을 안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안 지사는 "야3당의 의회 지도자들이 아무런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동참한다는 수준 외에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만일 탄핵 결정을 내리려면 그것을 위한 요건을 정리하고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 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사퇴든 탄핵이든 할 것이냐 마느냐의 결정엔 매우 복잡한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는 "더민주에 쏟아지는 비판 이해한다"며 "이 상황에서 국민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안 지사는 "의회 지도자들이 이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걱정되고 한심스럽다"며 "헌법적으로 부여하는 유일한 책임자가 의회인데 그러한 의회 지도자들이 후속대책을 논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대치국면으로 가면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기대는 의회 뿐이라고 강조했다.

▲ 안희정 충남지사는 특강 후 청중들로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어린 청중이 이날 강연에 대한 느낌을 안 지사에게 전하고 있다. 특히,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생겼어요"라고 답해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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