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들, 조달청 통해 수의계약 가능하지만...
행정에선 道감사위 눈치 보느라 수의계약 꺼려하는 문제 개선하겠다 의지 밝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7일 제주도내 중소기업에서 R&D를 통해 생산한 기술개발 제품들에 대해 최대한 수의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날 제347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내 2차 산업 활성화와 관련해 질문을 던졌다. 김경학 의원은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1차 산업과 3차 산업 위주로 양극화 돼 있다"며 "구조개선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2차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김경학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우도면). ⓒ뉴스제주

이어 김 의원은 "특히 GRDP가 0.5% 증가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제조업 분야는 감소하고 있다. 1차 산업이 3차 산업으로만 이동되고 있어서 경제기반이 부실해질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제주에서의 2차 산업 부흥이 어려운 건 전체적인 사업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원자재 조달비용이 높고, R&D에도 많은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제주도내 기술개발 업체에 대한 동기부여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도정의 지원정책이 미비해 많은 재원과 노력을 들여 기술개발이 이뤄지더라도 팔아먹지 못해서 동기를 잃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제주도내 많은 중소기업들이 R&D에 많은 공을 들여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판로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기술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니 2차 산업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의원은 "그래서 R&D를 강화하고 기술개발이 이뤄져 생산된 제품이 구매되면, 기업이 성장하고 더 많은 고용창출을 일으키면서 제주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적한 바에 동의한다"며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점검해보니 행정에서 수의계약에 따른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답했다.

원 지사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기술개발제품은 행정에서 10% 이상 의무구입하도록 돼 있다"며 "수의계약과 경쟁입찰로 구입할 수 있는데 경쟁입찰로 하면 전국 업체가 몰려들어 업체들이 묻혀버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7일 도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제품에 대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업무지침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뉴스제주

이어 원 지사는 "그래서 금액이 적은 경우의 제품에 대해서만 소신껏 수의계약으로 체결해서 구매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액수가 큰 경우"라며 "수의계약 해버리면 나중에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공개경쟁 입찰을 해버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 지사가 말한 '오해'는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행정에서 이뤄지는 대다수의 계약 체결은 모든 기업에게 같은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전에 공모를 띄우고  '입찰'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 때문에 수의계약 사례는 많지 않다.

허나 정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우수한 기술개발 제품들의 판로 지원을 위해 조달청을 통해서 전국의 공공기관에 수의계약 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있다.

즉, '조달청'이라는 공공기관에 의해 선정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제품들은 행정기관에서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구매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구매비용이 클수록 정기적인 감사에서 눈에 띌 확률이 높고, 그 거래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면 당연히 감사의 대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꺼려한다. 하지만 조달청이 공시한 우수 기술개발 제품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

▲ 조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이곳에서 조달청에서 공시한 중소기업 우수 기술개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뉴스제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선 구매대상 기술개발 제품의 구매계약에 관해선 고의·중과실이 아닌 이상 구매에 대한 손실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즉, 구매책임자가 구매손실에 대해선 면책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관련법에선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개발 제품 공급 확대에 기여한 기관이나 직원에겐 기획재정부장관 표창과 포상금을 수여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 정부에선 기술개발 제품 구매 실적을 공무원의 근무성적 평정에 (가산점을)반영할 것과 면책범위 확대를 검토 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에서 수의계약을 꺼리는 건 공직자들이 아직도 '조달청의 우수 기술개발 제품'에 대해 이러한 정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인식이 낮은 거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그래서 도내 중소기업 업체가 개발한 기술개발 제품에 대해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업무지침을 세우겠다"며 "다만, 행정 내부에서 감독 체계를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날 본회의장에 출석한 오창수 제주도감사위원장을 바라보면서 "감사위원장도 여기 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행정부지사의 결재를 거친다던지 하면서 적극 행정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달청으로부터 우수 기술개발 제품으로 인증받은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수의계약' 혜택을 무한정 누리는 게 아니다.

조달우수제품 인증은 기한이 3년이다. 즉, 3년 이내에 판로를 확보해 수익을 내지 못하면 그간 R&D에 쏟아부은 예산을 허공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 도내 중소기업 모 대표는 "전체 매출액 중 10% 이상 수출이 안 되면 해당 기술개발 제품에 대한 인증기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며 "인증받아도 제조시스템 구축하고 인력 구성하다보면 시간이 다 가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고용창출에 기여하거나 매출을 늘리면 1년을 늘려주긴 하지만 자금이 있어야 수출도 할텐데 연구개발하는데 많은 비용을 쓴 상태라 정작 행정기관에서 안 써주고 육지 가서 혹은 해외 나가서 팔라고 하면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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