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생산해도 판매 고전
'민원' 불편 여기는 공무원들의 인식 때문... 적극행정 유도할 업무지침 강화돼야

김정주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감사과장은 담당 부서의 공무원들이 기술개발 제품에 대한 수의계약을 꺼리는 이유가 '민원'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주 감사과장은 <뉴스제주>와의 통화에서 "제가 전에 道기업지원과장을 역임했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 실은 공무원들이 기술개발 제품에 대해 설계에 반영하고 수의계약해서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설계에 반영을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하는데 꺼리는 이유는 같은 제품에서의 경쟁 회사들의 민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뉴스제주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공무원들이 감사원이나 道감사위로부터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일반 경쟁으로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감사위에서는 이제껏 감사를 하면서 수의계약 문제로 '특혜를 줬다'는 등의 사례로 지적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공무원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 뿐이지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제주지역의 기술개발 업체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공무원들이 써서 그 업체가 기술개발에 투자한 비용만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고도 밝혔다.

김 과장은 "다른 지역의 기술개발 제품을 써서 실적을 올리는 것 보단 제주지역 제품을 써서 지역경제가 돌아가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면서 "도내 기술개발 제품이나 조달우수제품들에 대해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쓸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공직자들이 이 내용을 알고는 있지만 경쟁사에서 왜 그 제품으로 수의계약 하는 것이냐고 민원이 들어오니까 그런 것"이라며 "그러면 그 민원에 대해서 기술개발 제품이고 법령에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 일반 경쟁으로도 구매하면 되니까 그게 일단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조달청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기술개발 제품 중 '성능인증제품'은  수의계약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때문에 공무원들이 수의계약을 하는데 있어 업무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는 같은 제품이라도  '조달우수제품'은 수의계약에 있어 금액 제한도 없고 구매 담당자에게 부담으로 작용케하는 수의계약 사유서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업무부담이라는 측면과 경쟁사들의 민원 때문이라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꺼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에서 기술개발 제품을 10% 이상 의무 구매해야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민원' 불편 야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하지 않고 일반경쟁 입찰로 돌려버려 조달우수제품 시장이 좀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제주

# '민원' 불편하게 여기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가 가장 큰 문제

이와 함께 기술개발 제품을 10% 이상 구매해야 하는 건 의무지만 '수의계약'까지 의무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여 설명했다.

김 과장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제품이나 여성기업, 장애인기업의 제품을 사용한 담당 공무원에게 성과평가 인센티브를 주도록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적극 권장하도록 하는 지원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라고 짚었다.

'할 수 있다'가 아니고 '해야 한다'라고 돼 있으면 당연히 공무원들이 그걸 지킬 것인데 민원으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권장지침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그래도 권장지침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한 여부를 따져서 주의조치를 내릴 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지사가 구체적으로 지침을 만들면 지침대로 설계상에 왜 반영을 안 했는지, 왜 수의계약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따져보고 소홀히 했다고 판단되면 주의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지적이 나와야 공무원들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과장은 "그렇다"며 "제주엔 인도블럭이나 전기, 태양광, 배전반 부분 등 몇 개 기술개발 제품들이 있는데 많지는 않다. 이런 제품들이 적극적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지고 있어야 업체들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텐데 판매가 안 되다보니 홍보도 안 되고 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술개발 제품들에 대한 수의계약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펼치도록 업무지침을 강화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뉴스제주

김 과장은 "기술개발 제품들에 대한 수의계약이 특정 업체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그 업체를 키워주는 역할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과장은 "더군다나 조달청에서 공시한 기술개발 제품들은 믿을수 있는 제품들이어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얼마든지 보장받을 수 있어 수의계약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김 과장은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건데 공무원들이 민원을 피하기 위해 너무 쉽게만 행정처리를 하는 게 있어서 적극적으로 지침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감사위에서도 적극행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면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달청의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는 조달물자의 품질향상과 중소·벤처 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다. 품질·성능이 뛰어난 기술개발 제품에 대해 수의계약을 통해 각 수요기관에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조달우수제품의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구매액이 2조 1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특히 제주에선 '아직'이다.

제주도내 많은 중소기업들 가운데 기술개발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제주지역에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7개사 8개의 제품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는 인정기간이 만료된 3개 기업 4개 제품을 제외한 4개 기업 4개 제품이 우수조달물품으로 등록돼 있다.

4개 기업은 (주)서문기업, (주)대은, (주)에코파워텍, 보타리에너지(주)다.

기술개발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그렇게 투자한 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해 낼 때, 이를 상품화하고 시장에 진출시키지 못하면 기술 개발비용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이 때문에 기술개발에 섣불리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

제주에선 판로를 찾기 쉽지 않아 정작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고 있다. 이를 보완해주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 셈인데, 제주지역의 관공서에서조차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 여전히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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