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11월 5주차 개봉 영화 네 편과 주요 영화 간략평.
◇두 여배우가 살렸다…'미씽:사라진 여자'(★★★)
엄지원과 공효진은 원래 좋은 배우들이었다. 이들은 '미씽'에서 평소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한국영화계에 좋은 여배우가 없는 게 아니라 한국영화들이 이 멋진 배우들을 활용할 줄 모르는 거다. 두 여배우를 투톱으로 쓴 도전은 박수받아야 하나 영화만 보자면 아쉬움이 다소 남는다. 약점이 있다기보다는 딱히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평범하게 시작해 평범하게 진행되고 평범하게 끝맺는다.
◇관객의 눈은 점점 높아지는데…'잭 리처:네버 고 백'(★★☆)
톰 크루즈가 좋은 배우라는 데 이견은 없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헌신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봐 왔다. 아마 '잭 리처' 시리즈 또한 크루즈의 바로 '그 태도'로 만들어진 영화일 게다. 그러나 '잭 리처'는 함량 미달이다. 1편도 그랬고, 2편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 캐릭터, 이 정도 액션으로는 더이상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삐걱대지만 전진한다…'두 남자'(★★☆)
단점이 많다. 서사가 매끄럽지 않은 지점이 있고, 과장된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엔딩에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명확하고, 그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끝까지 힘있게 끌고 간다. 단점 못지 않게 장점도 두드러진다.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건 최민호와 마동석의 연기다. 마동석은 대체 불가라는 말을 매 영화마다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최민호는 배우로서의 재능을 증명해 보인다.
◇히어로물도, 코미디물도 아닙니다…'캡틴 판타스틱'(★★★☆)
제목을 보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줄거리를 보고 또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시골에서만 산 아이들이 도시에 와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다룬 코미디 또한 아니다. '캡틴 판타스틱'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묻는 작품이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교육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다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소 어정쩡하게 내놓는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엄태화, 한국영화의 새 재능…'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은 신작 '가려진 시간'에서 '잉투기'(2013)에 쏟아진 상찬(賞讚)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증명한다. 최근 한국영화는 장르적으로 과도한 편향성을 보이며, 극소수 감독을 제외하고는 연출력 또한 정체돼 있다. 그러나 이제 두 번째 장편영화를 내놓은 이 젊은 감독은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영화를 밀어붙인다. 엄 감독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판타지와 멜로를 결합한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이미지를 구현해, 명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 홍상수 아닌데요?…'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랑이야. 사랑뿐이라고. 다른 건 다 요식행위야! 사랑이 가장 중요해. 난 이제부터 그렇게 살거야." 영수(김주혁)는 술에 취해 친구들에게 소리친다. 과거의 홍상수는, 이런 말을 해대는 남자들을 조소(嘲笑)하거나 냉소(冷笑)했다. 그런데 홍상수는 지금,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겻'에서 영수의 말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 홍상수는 영수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홍상수가 이해한(이해한 듯한) 그 '진심의 사랑'은 결국 민정(이유영)에게 가 닿는다. 홍상수는 서서히 변해왔지만, 이렇게 도약한 적은 없었다. 그는 인간을 예리하게 벗겨내다가 따뜻하게 지켜보고, 이젠 감싸 안는다. 홍상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게 지금의 홍상수라는 거다.
◇너무 익숙하다…'스플릿'(★★)
도박볼링이라는 소재는 분명 새롭다. 어쨌든 볼링 또한 스포츠이기에 스포츠영화의 쾌감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빼면 '스플릿'은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다. 흔한 서사 위에 뻔한 캐릭터가 나열된다. 영화는 꽤나 비장한데, 익숙하다보니 긴장감이 없다. 그래서 맥빠진 영화가 됐다. 다만 이다윗은 특기할 만하다. 자칫 '오버'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았음에도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연기로 자신의 가능성을 넓힌다.
◇시대의 황량함 속에서 쫓고 쫓는 그들의 한숨…'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는 서사, 캐릭터, 구조, 액션, 분위기, 메시지, 연기, 상징, 대사 등 구성 요소들이 멋지게 한 편의 영화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다시 말해 약점이 없는 영화라는 거다. 서부의 주인이 더이상 인디언도 백인도 아닌 은행이 된 시대의 황량함 속에서 한 때 황야를 누볐던 그들은 모두 지쳐 고꾸라졌다. 그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개척시대 때처럼, 텍사스 남자답게, 총을 들고 복수하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의 좌절이 개인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남기고 이들이 은밀히 발악할 때 관객은 웃으면서 울 수밖에 없다. 또 슬프고 멋지다. 현대판 서부극의 새로운 경지다.
◇마블 제국은 건재하다…'닥터 스트레인지'(★★★☆)
마블은 작정한 듯하다.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진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13편의 영화를 만들며서 쌓아온 노하우를 이 작품에 영리하게, 결국은 환상적으로 펼쳐놓음으로써 그들이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전 세계 관객에게 알린다. 히어로 영화의 고전적 서사를 최첨단 시각효과로 풀어내고, 인상적인 캐릭터 조형과 함께 이제는 마블 시리즈의 감초가 된 몇 가지 철학적 메시지도 던져놓는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이 작품을 마블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영화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마블이 세계 최고의 영화 오락을 선사하는 집단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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