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선정, 2016년 10대 뉴스] 1. 국정농단

또 다시 한 해가 흘러갔다. 시간은 멈추지 않기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진리가 늘 애처롭게 느껴지는 시기다.

올해도 지난 2015년 한 해처럼 참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2015년에는 메르스(MERS)가 전국을 휩쓸어 온 국민이 전염병 공포에 휩싸여야 했고, 그러면서 제주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제주 제2공항 건설부지가 발표되면서 불거진 논란이 올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 대법원으로부터 '인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내야 했다.

올해는 전례 없던 사건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민간인 최순실 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국민들의 분노는 연일 '범죄집단' 소굴이었던 청와대를 향해 "하야"를 부르짖었다.

자연재해도 유난스러웠다.
올해 1월 초, 사상 최고의 한파와 폭설이 제주 전역을 휩쓸었다. 제주국제공항은 3일 동안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 수 천 명의 제주방문객들이 공항에 갇혀 지내야 했다. 또 10월엔 뒤늦게 찾아온 슈퍼급 태풍 '차바'가 제주에 상륙해 또 다시 많은 생채기를 내면서 무려 197억 원의 피해를 봐야 했다.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도 역대급이었다. 역대 최고인 리히터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더 이상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폭행 및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져 제주관광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대낮 제주시내 종교시설 한복판에서 벌어진 묻지마식 칼부림 범죄로 제주도민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런 혼잡한 와중에 제주도정은 여러 정책 혼선으로 끊이지 않는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제2공항 사전타당성 결과 발표를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주도정은 이렇다할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행정절차가 너무나도 손쉽게 이뤄지자 원희룡 지사가 여기에 깊숙이 관여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어났다.

게다가 도두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폐수를 바다로 무단 방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을 중시하겠다는 원희룡 도정은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눈에 띈 성과는 단 하나, 제주해녀문화가 마침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뉴스제주>는 2016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 중 가장 비중이 높다고 여겨지는 사건들부터 하나씩 정리하면서 Top 10을 정해봤다.

▲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매주 토요일 제주시청 일대서 개최되고 있다. ⓒ뉴스제주

#1.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성난 민심은 촛불을 들고 매주 토요일마다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와대 앞에 모였다거나 경찰 추산 인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등으로 인한 숫자는 이제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많이 모였든 적게 모였든 이 나라의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이미 믿음을 저버렸다. 민심을 거스른 권력은 그 아무리 강력하다한들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껏 지나 온 역사적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당한 이 현실에서도 청와대와 최순실에 얽힌 수많은 철면피들은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일삼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형을 받고 나온 뒤 그간 불법적으로 축적해 놓은 재산으로 여생을 살면 그만일 것이라는 생각들인 것처럼 비춰진다. 그도 그럴 것이 최순실 일가가 그간 쌓아 놓은 재산이 무려 1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국민의 세금을 부당하게 갈취한 것이나 다름없는 그 수많은 재산을 국고로 환수 조치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제 국민의 분노는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향방이 갈렸다.

빠르면 내년 3월, 늦어도 5월 말께엔 결과가 나온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헌재가 결정을 내려야 이 어지러운 정국을 수습할 수 있겠지만 헌재가 이 점을 고려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민심의 무거움을 목도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헌재가 만일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그 파장은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로 흘러간다.

세월호 7시간 행적뿐만 아니라 온갖 기행(?)들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복직해서 이 나라를 내년 말까지 이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벌이는 이 기이한 퍼포먼스에 국민들은 한 없이 낮 뜨거운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지만,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어도 차분히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그 누구하나 다치지 않고 깔끔히 시위를 마무리 짓는 놀라운 국민성을 보였다. 이를 본 해외 매체들도 연일 신기한 듯(?) 1면을 장식했다.

지금의 평화시위에선 과거 전두환이나 박정희 시대처럼 화염병이 던져지고 최루탄 가스가 날리는 풍경을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만일 박근혜 탄핵이 기각되면 과거 민주항쟁 때처럼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피를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들은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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