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시장이라 불러도 좋다"며 추진, 시민들은 왜 분노하나

제주사회에 또 다른 큰 논란으로 급부상한 '쓰레기' 배출 문제.

한 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쓰레기 대란'은 당장 눈 앞 현실로 다가왔다. 매일 마다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양이 무려 815톤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를 시범 실시했다. 고경실 제주시장이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쓰레기 시장이라 불러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담고 야심차게 추진했다.

허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쓰레기를 요일별로 종류에 따라 배출해야 했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이 클린하우스에 매달려 있다. 현재는 시민들의 민원을 일부 받아들여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배출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非가연성 쓰레기(재활용)는 요일별로 배출하는 방식에서 바뀌지 않았다. ⓒ뉴스제주

이를테면 캔이나 플라스틱을 매주 월요일에만 클린하우스에 버려야 했다. 게다가 배출시간도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정해놔서 낮에 버릴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가장 불편함이 심한 곳은 상업지역 내 음식점들이었다. 정해진 요일 외엔 버릴 수가 없으니 버릴 수 있을 때까지 모아둬야 했다. 또한 새벽 시간대에 장사를 마치는 곳은 그 날 발생한 쓰레기를 다음 날 저녁이 돼서야 버릴 수 있게 돼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러한 불편함은 일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버릴 수 없는 쓰레기들이 집안에 쌓여가지만 기다려야 했고, 만일 제 때 버리지 못하면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했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엄청난 민원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요일별 쓰레기 정책 시범운영 1주일 만에 무려(!) 20%씩이나 쓰레기 발생량이 줄었다고 홍보했다.

요일별 쓰레기 정책 시범운영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로부터 딱 1주일 뒤, 고경실 제주시장은 12월 8일에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자신의 정책결정에 따른 효과를 자랑했다.

겨우 딱 1주일 시범운영해서 쓰레기가 20% 줄었다고 발표하는 건 '조삼모사'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제 때 버릴 수 없었으니 클린하우스로 모이는 쓰레기양이 줄었음은 당연했다. 당시 발표된 '20%'는 쓰레기가 진짜로 클린하우스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갖고 있다는 차이일 뿐임을 제주시는 외면한 셈이다.

이렇게 제주시는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쓰레기 줄이기 효과가 높다며 자랑했지만, 그와 동시에 1주일 동안 불편 민원신고가 약 500건에 달했다.

엄청난 민원 폭주에 결국 제주시는 요일별 쓰레기 정책 시범운영 1주일 만에 개선안을 내놨다. 배출시간을 오후 3시에서 이튿날 새벽 3시까지로 변경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은 것(가연성 쓰레기)들은 매일 버릴 수 있도록 하고 재활용 쓰레기들은 요일별 버리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월요일 - 플라스틱, 화요일 - 종이, 수요일 - 캔과 고철, 목요일 - 스티로폼 및 비닐, 금요일 - 플라스틱, 토요일 - 타지 않는 쓰레기와 병, 일요일 - 스티로폼을 배출하도록 했다.

제주시가 한 달간 이 정책을 강력히 시행해 나가자, 서귀포시도 2017년 7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하기로 했다.

허나 정작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 고경실 제주시장은 요일별 쓰레기 정책 시범운영 1주일 만에 쓰레기 배출량이 20%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으로 야기된 시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엄살부린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고 시장은 다음날 곧바로 사과했다. ⓒ뉴스제주

# "시민들이 엄살부린다" 논란이 된 고경실 시장의 발언

제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개선안을 내놨음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러자 고경실 시장은 지난해 12월 28일 <CBS노컷뉴스>에 출연해 "시민들이 쓰레기 요일제에 대해 근원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엄살을 부린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민들이 불편해야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식의 발언을 일삼았다.

이 발언이 화근이 됐다. 이 발언 내용이 보도되자 수많은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고경실 시장은 바로 뒷날 "죄송하다"며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우선 고 시장이 이 발언으로 큰 비난에 직면한 이유는 시민들을 향해 "엄살부린다"고 먼저 비판하기 이전에 제주시가 제대로 된 홍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제주시는 요일별 쓰레기 정책 시행을 앞두고 '100인 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했다. 얼핏 공론화 과정을 거친 듯하지만 '이제 앞으론 요일별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고 미리 알고 준비한 제주시민들이 거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시범운영이라지만 실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시민들에겐 그게 시범운영이든 본격운영이든 상관이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행정의 판단기준일 뿐이기 때문이다.

당장 큰 불편을 야기할 것이 뻔한 정책이다. 시범운영이라면 시민들에게 강제할 게 아니다. 자유롭게 종전처럼 쓰레기를 버리되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갖고 언제부터 요일별로 버려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현수막을 클린하우스에 걸어놓으면 될 일이었다.

그 유예기간 동안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버릴 수도 있지만 스스로 요일별로 배출하는 자율성을 갖추도록 계도해 나가는 것이 '시범운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행정은 이 점을 간과하고 그저 '시범운영'이라는 명칭만 박아 놓은 뒤 '본격운영'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시행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말았다.

고 시장은 시민들이 그러한 '의무적 자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분리배출을 10년간 시행해 오면서 5%의 시민들만 분리배출하고 나머지가 혼합 배출하니까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현재 쓰레기 정책의 난맥상을 '시민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쓰레기가 생기면 자신이 불편하니까 시민들이 쓰레기를 안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당연한 말로 들린다.

하지만 현재 쓰레기 배출 문제를 '시민들의 의식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행정은 그간 쓰레기 정책을 과연 잘 추진해 왔는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사람들’ 단체가 결성돼 요일별 쓰레기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스제주

#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요일별 쓰레기 정책, 즉각 중단하라"

시민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면서 급기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란 이름을 단 단체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신창범 씨를 비롯한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단체 회원들은 지난 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일별 쓰레기 정책 폐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단체는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그저 SNS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공감대가 형성돼 조직된 민간인 모임이다.

신창범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이번 요일별 쓰레기 정책으로 인해 굉장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1주일에 정해진 쓰레기를 한 번만 버릴 수 있다보니 1주일 동안 여러 손님들이 다녀간 후 쌓여가는 쓰레기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불편하면 줄어들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신 씨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여하겠다. 하지만 행정은 서비스다.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해외의 경우,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행정에서 먼저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협조를 구해야지 시민들을 닦달한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행 요일별 쓰레기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행정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돌아오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때 쓰레기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서 쓰레기 수거 인력과 차량을 대폭 확충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들은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도정이 보일 때 제주도민들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13일을 ‘도민 저항의 날’로 정하고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제주시청 인근 분리수거함에 모여 각자 모은 쓰레기를 배출해 쓰레기 산을 만들어보자는 등의 저항방식을 제안했다.

한편, 프랑스는 오는 2020년부터 일회용품(플라스틱류와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제품 일체)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애초 이 정책은 2017년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수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0년에 시행할 것으로 확정했다.

이들은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행정에서 예고된 정책을 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고자 한다면 시민들에게 쓰지 말 것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혹은 적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클린하우스에 넘쳐나고 있는 쓰레기들. 요일별 쓰레기 배출 정책 시행으로 현재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제주

# 쓰레기 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외연만큼 내연을 넓혀 나가야

사실 고경실 제주시장이 내뱉은 '엄살'이라는 표현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라는 유치한 질문은 하지말자. 한 해 관광객 1500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는 제주도민만이 온전히 몽땅 짊어져야 할 운명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치워야 하는 숙제다.

제주도내 수많은 개발사업으로 인한 건설폐기물과 산업쓰레기도 어마어마한 양을 차지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한다. 그 ‘누군가’가 환경미화원만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 고경실 시장의 의도임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치우는 방식에 있어 불편함이 야기되는 것이 문제인데, 그 불편함의 정도를 얼마만큼 감내해야 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불편함을 아예 없앤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자동차를 몰고 편하게 다니려면 일정 기간 일부 구간을 막아서고 도로공사를 해야 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10년 전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도입한 분리배출도 그렇게 시행됐다.

더구나 쓰레기는 미래세대를 위해 아주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한 책임의식을 모두가 같이 나누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게 이번 요일별 쓰레기 배출 정책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관광지마다 쓰레기가 굴러다녀도 이젠 도민 어느 누구도 치우려는 사람이 없다.”

불편함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를 해결하면 될 일이다. 진짜 문제는 이거다. 쓰레기를 보고도 외면하고,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아무데나 버리는 저렴한 시민의식.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한 두 해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고 시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너무 낮게 봤다는 데 있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박근혜 탄핵 시위를 벌이고 난 뒤 스스로 뒷정리를 하는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보지 않았는가. 국민의식은 강제적으로 발현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서서히 문제의식을 모두가 공유해 나가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발적으로 실현된다. 그게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수준이다. 그래서 제주시나 제주도정이 이번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건, 시민의식 함양을 어떻게 넓혀 가느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더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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