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과 김제동이 함께하는 만민공동회, 7일 제주시청 일대서 개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제1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어김없이 이번 주 토요일에도 개최됐다.

이번 촛불집회엔 특별히 방송인 김제동 씨가 함께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제주도민과 김제동이 함께하는 만민공동회' 행사와 병행돼 진행됐다.

행사가 개최된 7일 오후부턴 비가 내렸다. 큰 비는 아니었지만 시민들의 참석률을 떨어뜨릴만한 비였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5시를 넘어서부터 김제동의 목소리가 제주시청 일대에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더 많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 방송인 김제동 씨가 참석한 제1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7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일대서 개최됐다. ⓒ뉴스제주

김제동은 시작부터 "당신이 있어 새해다"라며 특유의 달변가스러운 말 솜씨로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박근혜 탄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제동은 "다 여러분이 이뤄낸 결과"라며 "국회에서 탄핵 안 한다고, 검찰에서 수사 안 한다고 할 때 여러분이 촛불들고 나서니까 탄핵하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 다 여러분이 한 것이다. 여러분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김제동은 "이거 알리려고 전국 돌면서 만민공동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 박수를 제게 치지 말고 촛불집회에 나와있는 옆 사람에게 서로 쳐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헌법 조문을 달달이 외워가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며, 정부와 대통령이 해야 할 일들이 무언지에 대해 읊어나갔다.

그러면서 김제동은 "박 대통령을 봐줄만한 마음이 솟아나려해도 말하는 것만 보고 있노라면 연쇄방화범 같다"며 "사람들 마음 속에 계속 불 질러놔서 이렇게 가득 켜 놓은 촛불을 끌 수 없는 지경"이라고 비유했다.

김제동은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이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면 된다"며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 방송인 김제동 씨가 7일 제주로 내려와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제1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해 '제주도민과 김제동이 함께하는 만민공동회'를 진행했다. ⓒ뉴스제주

가장 먼저 마이크를 건네 쥔 청중은 고등학생이다.

자신을 제주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2학생이라고 밝힌 학생은 "그 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해 나가느냐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그 분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거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모르고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어린 초등학생들부터 나이 든 어르신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관심을 갖고 큰 소리로 모아 이 시국을 바꿔나갔으면 한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자"며 이날 자리에 참석한 많은 이들을 격려했다.

이 말을 들은 김제동도 격하게 공감을 표현했다.
김제동은 "이제껏 박근혜와 우병우 등 관련자들을 향해 욕만 해왔는데, 그 사람들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 그들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오늘 이렇게 비를 맞고 있더라도 우리는 함께 하고 있으니 더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연단에 오른 사람도 학생이다. 대기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는 시민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어버이연합 등 보수민간단체들을 가리켜 "그들도 공범"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김제동은 연이어 학생들이 연단에 올라와 자신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내뱉자 "투표권을 만 17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동은 "그래야 대통령 후보들이 학생들을 위한 선거를 할 것"이라며 "유관순 열사도 당시 16세였다. 4.19혁명 때도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 중고생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학생들을 아이 취급해선 안 된다. 만 17세가 되면 참정권 행사를 부여해야 하고 만 15세가 되면 교육감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만 40세 이상만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만 25세 이상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데, 선거권을 가진 사람은 다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탄핵권을 헌법재판소가 아닌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 지나면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도록 해서 과반수 투표로 탄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국민들의 손에 탄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1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소중히 들고 있다. ⓒ뉴스제주

창원에서 왔다는 관광객은 "그간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오늘 어린 초등학생을 데리고 비가 내려도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분은 "박 대통령이 좋은 의도로 그랬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 하는데 그런 말은 저도 할 수 있는 말"이라며 "허나 그 분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 자리에 앉아계신 분이 어떤 청탁이나 부탁을 해선 안 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행동을 그런 자리에서 했으니 범죄행위가 확실하다"며 "지금 들고 있는 제 초가 꺼졌지만 지금 제 옆에 있는 분이 들고 있는 초에 이어 붙이면 다시 타오를 것이다. 부디 여기 계신 분들, 미처 참석하지 못한 분들까지 모두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의 힘으로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가자"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김제동은 "이제 제가 은퇴할 때가 됐다"며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그는 "흙수저들이 훨씬 파워풀하다. 흙이 돈보다 훨씬 많다"며 "금이 자기 주제 모르고 번쩍거리면 흙이 가서 덮어버리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여러분들을 지지한다고 해야 정상이다. 여러분들이 주권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만민공동회엔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오는 9일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유가족 중 한 분은 "하루빨리 온전하게 인양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오늘 비가 내리니 4월 16일이 너무 생각난다. 비는 잠깐 내리고 그치겠지만 저희들의 아픔은 눈을 감아야 사라질 것이다. 이제서야 세월호의 빛이 조금씩 떠오르려 하는데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 1월 9일, 세월호 사건 발생 10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아직도 인양되지 못한 세월호를,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학생들을 기억하고자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뉴스제주
▲ 방송인 김제동 씨는 7일 "흙이 돈보다 많다. 흙수저가 훨씬 파워풀하다"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많은 도민들을 격려했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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