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우선주차제 폐지 '반면교사'…주차장 확보·대중교통체계개편·시민의식 함께해야

▲ 1600CC 이상의 중형차까지 확대된 차고지 증명제가 올해 1월 1일부터 제주시 관내 19개 동지역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뉴스제주
1600CC 이상의 중형차까지 확대된 차고지 증명제가 올해부터 제주시 관내 19개 동지역에서 일제히 시행됐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행정적 기반 조성은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통문제는 쓰레기 처리문제와 함께 제주시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고경실 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제30대 제주시장으로 취임할 당시 "복지, 경제 분야도 중요하지만, 쓰레기와 교통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할 정도로 일선으로 추진했다.

제주시는 2007년 2월 전국 최초로 대형차량에 한해 개인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당시 2009년부터 1500CC 이상 중형차도 개인 차고지 증명제를 확대 시행하는 조례가 제주도의회에 상정됐지만,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서민들에게는 가혹한 정책'이라는 이유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차량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자 이전과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2016년 말 제주도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46만7243대다. 이중 제주시에 등록된 차량의 수는 37만3706대로 도 전체 80%를 차지한다.

이는 2015년도 한해 34만8784대 보다 2만4922대(7.1%)가 늘어난 것으로, 지난 1년 동안 매일 68년씩 증가한 수치다.

제주시민 전체인구 1인당 0.77대를 보유한 꼴로 전국 평균 0.42대 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18만5856대였던 차량수가 5년만에 곱절(37만3706대)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처해지자 의회도 "교통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은 제주시는 올해부터 사실상 경차를 제외한 전차종으로 확대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무료 공영주차장을 단계적으로 전면 유로화 추진 등으로 차량 증가를 억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배기량 1600CC 이상이거나 미만이라도 차량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중 하나라도 초과할 경우 법률상 중형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반떼, 베르나, 프라이드도 적용대사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경차와 전기차를 제외하고는 모든 차량이 제도권에 들어있다.

문제는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차량까지 포함됐다는데 있다. 1톤 트럭의 경우에도 중형차량과 같은 기준으로 돼 있기 때문에 개인 차고지가 없다면 구입할 수 없다.

반면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강력히 추진하는 전기차는 차고지증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제주도는 차고지증명제를 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하는 2018년 7월부터 전기차와 경차도 차고지가 있어야 구입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개인 차고지를 구하는 것도 난제다. 행정이 공영주차장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호조로 인해 공한지 주차장까지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차 공간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도 개인 차고지 조성 활성화를 위해 자기차고지 갖기 사업의 보조율을 기존 50%에서 90%로 상향하고, 보조한도도 400만원에서 500만으로 증액 증원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최고의 지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제주에서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란 일반 서민들은 물론, 행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주택(다세대, 연립, 아파트)의 경우 총 주차면수 범위에서만 차고지가 인정되기 때문에 입주민들 간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이는 생활형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6개월 이상 차량을 장기 렌트하는 경우에도 차고지 증명이 확인돼야만 대여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이같은 사항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토록 할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처벌 규정은 없다.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이를 반영시키는 등 제도개선을 보완해야 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 1600CC 이상의 중형차까지 확대된 차고지 증명제가 올해 1월 1일부터 제주시 관내 19개 동지역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뉴스제주

제주의 삼다(三多 : 여자, 바람, 돌)가 '쓰레기, 차량, 사건사고' 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차고지 증명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차고지 증명제와 강력한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행정의 주차장 확보 노력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그리고 시민의식 문제가 함께 풀려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모두 동반되더라도 단기간에 제도가 정착되기는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나은 행정의 의지와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했다가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폐지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