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이 추진하는 사업 아니라면서 찬성 패널에 道 국장들이 앉은 풍경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다룬 토론회가 20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는 찬성 측과 반대 측 전문가 패널 3명씩 진용이 갖춰져 진행됐다.
찬성 측에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김양보 환경국장과 이승찬 관광국장,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앉았다. 반대측에는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와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가 자리했다.

그런데 이 그림이 뭔가 좀 이상하다.

▲ 오라관광단지 토론회 찬성 패널. 왼쪽부터 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 이승찬 관광국장,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

일단 찬성 측에는 道 국장들이 아니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주(JCC)나 사업추진의 정당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앉았어야 옳았다.

제주도정은 사업주가 신청한 사업계획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주는 행정기관일 뿐이지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대변해주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은 시민사회연대회의가 오라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청구했을 때, 제주도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어서 토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행정기관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불허되자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정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토론회를 도정이 개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찬성 측엔 사업주나 이해관계자들이 앉았어야 했다.

결국 찬성 측에 제주도정이 앉아 있으니 행정에서 사업주 편에 서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고, 원희룡 지사가 여기에 관여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을 제주도정이 왜 간과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 관계자들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해 찬성과 반대 측으로부터 제기되는 문제들이나 질문들에 대해 '사실'만 대답해주는 역할에 그쳤어야 했다.

▲ 오라관광단지 토론회 반대 패널. 왼쪽부터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스제주

# 제주도정 사업이 아니라던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정말 그런가

이날 토론회에서 배포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토론회 주제발표자료'를 보면 제주도정이 오라단지 사업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다.

이승찬 관광국장이 주제 발표자로 나서 그간의 오라단지 개발사업 진행상황 및 향후 절차에 대한 브리핑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진행상황과 향후 절차'만 발표했으면 될 일인데 그러지 않았다. '사업승인 신청서류가 접수될 경우에 중점 검토할 내용'이라는 부분을 통해 오라단지 사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객관적 입장에서 사업계획의 정당성을 평가해야 할 공공기관은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을 분석만 하면 될 일인데 왜 제주도정이 나서서 오라단지 조성사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해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환경자원총량제와 뻔히 대치되는 상황인 걸 알면서 한 술 더 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까지 했다.

하수 및 폐기물 처리 방법이나 지역경제와의 동반성장 계획 등은 제주도정이 아니라 사업주가 제시해야 할 사항들이다.

제주도정은 그 계획들이 온당치 못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주가 제시한 계획들을 수정·보완하도록 요구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원희룡 지사가 사업주에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 사업허가를 보류하지 않았나.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제1의 기치가 청정과 공존이다. 사업자가 도정의 철학을 따라가야지 왜 도정이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모양새를 띠어야 하는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점이다.

차라리 이날 김태일 교수가 주장했던 바 대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이 사업에 참여한다면 제주도정이 이 사업을 옹호하는 것이 당연하게 비춰질 일이었을거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 반대 측 시민사회단체들도 이해하기 힘들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사업주의 참석을 요구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토론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었다가 원 지사의 재량으로 개최됐으니 그냥 참석한 것밖에 되질 않는다.

▲ 오라관광단지 토론회가 20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승찬 관광국장이 오라단지 사업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제주

# 그렇다면 토론회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날 토론회는 과정만 놓고 본다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나름 제법 토론다운 형식을 갖추고 잘 진행됐다. 하지만 정작 토론회장 분위기는 한 곳으로 쏠리는 형국이었다.

토론회장이 열린 농어업인회관 강당엔 오라관광단지 주변 마을인 오라동 및 오등동 마을주민들이 가득 모여찼다.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은 찬성 측을 옹호하는 기류를 내비쳤다. 특히 일부 마을주민은 반대 측 패널이 발언을 할 때 몇 번 중간에 나서 토론회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고 있던 고유봉 제주특별자치도 사회협약위원장이 "나중에 객석 토론시간이 있다. 자꾸 그러면 뒤로 보내겠다"며 자중해 줄 것을 경고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박연호 오라동 발전협의회장은 "그동안 절차 거쳐서 다 진행해 온 건데 이런 토론회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냐"며 "환경영향평가 심의의원회 위원으로 있던 분이 저기 패널로 앉아 있어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고유봉 좌장은 "찬성 측에 계신 김양보 국장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의원회 위원이다. 다 숫자를 맞춰서 토론 패널을 구성한 것이니 자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마치 그 말을 못 들었다는 듯이 똑같은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정재필 오등동 마을회장도 패널들 간의 토론회 중간에 나서 "민간사업까지 토론회를 개최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널 토론 후에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선 찬반 측 주민들이 나와 시민단체와 행정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찬성 측 마을주민들은 시민사회 단체를 비판하면서  하나같이 이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반대 측 주민들은 행정의  설익은 정책을 지적했다. 특히 찬성 측의 발언이 있고 난 다음엔 열화와 같은 응원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게 오라단지 주변 마을주민들의 대다수는 노골적인 찬성 기류를 나타냈다.

▲ 패널들 간 토론회 진행 도중 반대 측 패널의 발언에 대해 따져 묻고 있는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부지 인근 일부 주민들. 박연호 오라동 발전협의회장(오른쪽)과 정재필 오등동 마을회장이 토론회 진행을 방해해 현장 진행요원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뉴스제주

# 사업주와 마을주민들과 약속?

지난 1월 17일엔 정실마을 오라관광단지 개발반대위원회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느닷없이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그 연유가 이날 토론회장에서 밝혀졌다.

자신을 '오라관광단지 개발부지와 제일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제주도민은 이날 토론회 마지막 순서였던 방청객 질의시간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분은 "정실마을엔 노인분들만 계시는데, 주민여론 수렴을 지역대표의 주장만으로 갈 순 없다. 우리도 주민인데 왜 우리에겐 상의를 하지 않는 것이냐. 그래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회사 측에서 기자회견문을 보더니 사실과 다른 것이 있으니 이대로 기자회견을 하면 되겠느냐 했다.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지켜주겠다 해서(기자회견을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실마을의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면 오등동과 오라동 대표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하는 바람에 (정실)마을의 의견이 전달되고 있지 않다"며 "사업주는 주변 모든 마을주민들을 찾아서 직접 문제점을 확인하고 약속한 모든 부분을 지켜나가달라"고 말했다.

이를 들어보면 오라단지 사업시행자인 JCC 측에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단지 주변 마을주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제시하면서 회유책을 쓴 것으로 비춰진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찬성 측 주민들은 "농촌마을에서 1차산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 배부른 사람이 환경을 얘기하지 어렵게 사는 사람에겐 나무가 필요없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 "문제가 있다는 환경자원총량제를 오라단지에 적용하는 건 모순이다. 6조 2000억 원의 사업비 중 일부만 제주에 투입되도 제주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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