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영화 '해빙'. 2017.2.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보통 한국에서 스릴러라고 하면 '추격자'나 '살인의 추억'처럼 범인을 쫓아가서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죠. 하지만 영화 '해빙'은 한 남자의 심리를 따라가는 스릴러예요."

영화 '4인용 식탁'으로 해외 영화제에서도 주목받은 이수연 감독이 신작 '해빙'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온다. 이번에도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를 통해 인간 본성을 파헤친다.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해빙'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면서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조진웅, 신구, 김대명, 이청아, 송영창 등이 배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수면내시경과 4월의 시체 이야기에서 따온 이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한때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던 '수면내시경을 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동영상과 꽃피는 4월에 한강변에서 시체들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는 한강 수난구조대의 인터뷰를 접한 것이 영화를 만들게 된 출발점이다.

"투신하거나 시체를 던지면 가라앉았던 시체가 썩어 떠오르게 되는데, 겨울에는 얼어서 수면으로 못 올라오다가 4월이 되면 둥둥 떠오른다는 거죠. 한강변에 4월이면 벚꽃이 휘날리는데 시체들이 둥둥 떠오른다는 게 강렬한 대비로 다가왔어요. 얼음이 깨지면서 숨겨져 있던 게 수면으로 올라온다는 것 말이죠." 이 감독의 말이다.

영화에서는 신도시와 옆에 붙어있는 원주민의 주거지역이 함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출연하신 분들 외에 제4의 캐릭터가 있다고 하면 바로 도시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 얘기의 전체적인 메타포는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우리가 묻어버리고 그 위에 마천루를 올려버린, 그런데 해결하지 않고 묻어버린 것들은 반드시 귀환해서 저희들에게 값을 치르게 한다는 주제예요. 그 축소판이 신도시죠."

이 감독은 이번 영화가 보통의 스릴러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답을 안 맞추고 도망가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말을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얘기다.

영화에서 비밀을 감춘 간호조무사 역할을 맡은 이청아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느낌에 대해 독특하게 묘사했다. "여름날 에어컨이 안 들어오는 방에서 낮잠을 자는데 가위에 눌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나리오 자체가 눅진하고 끈끈한, 그런데 서늘한 느낌, 등이 흥건하게 젖는 느낌이었죠."

주인공인 내과의사 역할을 맡은 조진웅은 예민한 성격의 이번 배역을 위해 체중을 많이 감량했다. "감독님은 사실 더 많이 감량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할게요' 했어요. 하지만 그게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내시경 전문 의사인 만큼 내시경 연기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연출부 스태프 한 명이 실제로 내시경을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조진웅은 전했다.

이번 영화에는 신구가 내시경 중에 살인을 고백하는 치매노인 역할을 맡았다. 이 감독은 "'정노인' 역은 처음부터 신구 선생님이었다"며 "해 주시겠다고 연락이 온 날 방안에서 개구리처럼 팔짝팔짝 뛰었다"고 밝혔다. 또 "악역이 평생 처음이라고 해서 더욱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목받은 김대명도 이번 영화에서 등장한다. 친절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을 갖고 있는 정육식당 주인 역할이다. 이 감독은 "요물같은 배우"라고 김대명을 치켜세웠다.

연기 도중 에피소드에 대해 김대명은 "장시간 촬영하다보니 고기가 많이 녹아 비린내가 많이 나서 힘들었다. 스태프들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고기를 자르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빙'은 다음달 개봉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모든 영화가 새로움을 표방하는데 해빙은 기존에 보실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스릴러"라며 "퍼즐을 맞추는 장르의 쾌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