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제주지방법원장에 취임한 최인석 판사ⓒ뉴스제주

9일 제주지방법원장에 취임한 최인석 법원장(60세, 사시 26기·연수원 16기)이 취임사에서 '정중'을 강조했다.

최인석 제주지방법원장은 이날 제주지법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사를 통해 "판사실과 사무국을 통틀어 제가 여러분께 희망하는 법원 공무원의 자세는 친절이 아닌 정중이다. 법원은 마트나 백화점과는 다른 곳"이라고 말했다.

최 법원장은 "판사님들께서는 재판할 때 당사자나 대리인, 피고인을 정중하게 대해 주시길 바란다. 사무국에서도 민원인을 정중하게 대해 달라"면서 "정중은 단순한 친절과는 차이가 있다. 법원은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중은 사회의 공공기물인 법원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친절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사회의 公器를 함부로 다루는 시민에게는 엄격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시국에 대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모두 염려하는 바와 같이 지금 이 나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의 중심을 잡고 안정을 찾아야 할 중대한 사명이 법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안목이 있는 국민들은 법원이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이고 또 가장 믿을만한 기관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우리는 그 믿음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 법원장은 부산가정법원장과 동부지원장을 겸직하고 있을 때도 소장 판사들이 다루기 힘들어하는 이른바 '깡치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할 정도로 재판을 즐기는 전형적인 '야전형' 판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민사든 형사든 소송관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판 진행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덕분에 부산과 경남의 변호사회 모두로부터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경력이 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법정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배려에 감사편지를 보내온 사람도 있고, 교통사고 책임을 가리는 여러 민,형사 소송에서 전부 패소하자 사건을 담당한 모든 판사, 검사, 경찰관을 고소한 사람이 역시 패소판결을 선고했음에도 그의 재판부만은 고소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일화도 있다.

부드러운 인상과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이나 고비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소신 재판'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상대교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의 구속영장 기각,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형에 대한 재판에서 한 쓴 소리, 박근혜 정부 들어 하천경계를 일부 침범한 문재인 전 대표의 양산 주택에 대해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한 판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남 사천 출신인 최 법원장은 마산지방법원 판사, 부산고등법원 판사,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지원장,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지원장,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 법원장 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지원장,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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