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법원 “무기징역 선고 마땅하지만 심신미약 감안해 감경”

   
▲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제주시내 한 성다에서 홀로 새벽 기도를 던 여성을 흉기로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천궈루이(52 ·중국인)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천씨가 범행한 성당에서 현장 검증을 할 당시 모습. ⓒ뉴스제주

제주의 한 성당에서 여성 신도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천궈루이(52)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앞선 재판에서 미소까지 보이며 여유를 보였던 천씨는 이같은 형량에 실신했다.

재판부는 당초 검찰 구형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려 했지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 감정인의 소견을 감안해 25년 형으로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쟁점인 '심신미약'은 받아들였지만, 별도의 치료감호는 선택하지 않고 형량을 감경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16일 열린 선고심에서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유족은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피고인은 괴변만 늘어놓고 진지한 반성이나, 용서를 구하지 않아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더군다나 범행을 치밀히 계획한 점에서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나,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25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천 씨는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했다. 그는 제주 입국3일만에 숙소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제주의 종교시설을 방문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가 범행한 성당도 범행 전날 2차례나 답사해 출입문 등 도주로까지 확인했다.

범행 후 삼무공원에 상의를 버리고, 휴대전화와 모자 등도 각각 다른 곳에 버렸다. 이후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다가 다른 택시를 타고 서귀포로 도주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천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중국 공산당이 자신의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하고 있다"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성당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범행할 경우 예수가 자신과 피해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는 정상적인 사람의 범행동기라고 믿기는 힘든 진술이다. 정신감정을 통해 '심신미약'을 이끌어 형량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평균 수준이지만, 망상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망상장애로 인해 의사결정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보였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그동안 앞선 재판에서 여유를 보였던 천궈루이는 오늘 재판에서 징역 25년 선고를 받자 '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결국 천씨는 교도관들에 의해 법정 밖으로 실려 나왔다.

지난 9일 결심공판에서 천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재판부의 판결이 공정할 것으로 믿는다. 어떤 죄도 달게 받겠다. 모두들 감사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날 천씨는 모든 변론을 마치고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변호를 해준 변호사에게 미소까지 보이며 '땡큐'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자 남편은 재판 결과에 대해 "다른 곳도 아닌 성전 안에서 기도를 하다 참변을 당한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괴롭다. 지금도 사과 한마디 안하는 중국 당국을 보면 복수를 하고 싶어도 자식과 손주들 생각 때문에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마저 안 되니 자살충동을 수시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망상장애는 본인의 감형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에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에 따른 응당한 처벌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 당국의 사과만 한다면 피고인을 용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궈루이는 지난 9월 17일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던 김모(61 여)씨를 흉기로 4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뒤 의식을 잃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제주경찰은 강력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고,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 보니 국민의 알권리와 외국인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천궈루이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7명이 식당 여주인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 이후 8일만에 성당 살인사건까지 일어나자 제주사회에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무사증 입국 제도 폐지'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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