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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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나 대한민국 체육계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한 해이다. 아무리 유능한 선수라도 어머니의 치맛바람이나 뒷 배경이 없으면, 벤치에서 앉아 물주전자나 들고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들었다. 경기에서 이기려는 심리가 없으면 운동선수가 아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만 해서야 또한 올바른 스포츠정신이 아니다.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어른들이 앞장서서 잘못된 버릇을 물들이고 있으니, 과연 바로잡을 방법이 있겠는가. 소소하게는 동네 대항 시합인데도 남의 동네 선수를 데려온다던가, 학교 대항 시합인데 남의 학교 선수를 꿔다가 출전시킨다든가, 나이 제한이 있는데도 속여서 출전시키는 것 등 낯부끄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한 모양이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전국소년체전이 제주도에서 개최된 일이 있다. 중학교 다니는 막내아들이 대회 총지휘를 맡게 되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내게 자랑했다. 마침 전국 지점장 회의때라 점심먹고 휴게실에 앉아 TV 중계를 보면서 다른 지역의 지점장들에게

“내 막내아들이 총지휘를 하게 됐으니, 함께 봅시다.”

하고 나도 자랑했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총 지휘 학생은 내 아들이 아니었다. 이미 자랑해 놓은 게 있어서, “재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실토하기도 그렇고, 지점장들이 내 아들 얼굴을 본 일도 없으니, 묵묵히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 있자니 모두가

“잘 하네, 똑똑한 아들을 두셨습니다.”

하고 축하해 주어 멋쩍은 축하인사만 받고 말았다. 나중에 아들에게 그 원인을 물어 봤다.

“나도 모르쿠다.(모르겠습니다.) 당일 날 아침에 갑자기 예비로 준비하던 학생으로 교체한다는 지시가 떨어져 부난(버려서)......”

하고 아들은 오히려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역시나 여기에도 치맛바람이 큰 역할을 한 모양이었다.

그때 제주도 축구팀이 전국을 재패하여 제주도민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했고 나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소년체전이 있고 나서 한참 후 설의 어느 식당에서 옆 좌석 손님들이 주고 받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고 나는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주도 선수 중에는 고등학생을 중학생 선수로 속여서 출전시켰다더라, 스탠드에 앉아서 응원하는 어머니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저 얘, ○번은 우리 아들이야. 원래 고등학생인데도 중학생으로 출전시키면서 선생님이 좀쫌허렌(아무 말 말고 조용하라)주의주더라, 우리 아들 말 들어 보니 고등학생이 여러 명 있다던데....’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 제주도까지 응원갔던 우리 들이 그 옆 자리에 앉아 그 말 다 들었잖아”

하고 왁자지껄 떠들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수산관도 아닌 내가 조사해 볼 방법도 필요도 없어 지금까지 못 들은 척하고 흘려 버렸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머니들은 조용히 응원이나 할 일이지 무슨 자랑이라고 그렇게 서로 떠들어 댄 것인지, 도 금방 탄로날 일들을 선생님들은 왜 그런 잔꾀를 짜낸 것인지....

그 결과과 교육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생각이나 해 봤는지, 그러 이기기만 하려는 정신은 올바른 스포츠 정신이 아닐 것인데...아휴,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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