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사위원회, 도개발공사에 대한 종합감사 벌인 뒤 기관경고 및 주의요구 내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도개발공사)가 지난 2014년에 '제주맥주 크래프트'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려 5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위원장 오창수, 이하 도감사위)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의 도개발공사 업무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 지난 2014년 4월 22일, 제주도개발공사는 미국 브루클린사의 한국법인인 (주)엠비에이치홀딩스와 제주크래프트 맥주사업을 위해 주주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후 추진 과정에서 이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고, 사업을 중단했다. 허나 계약내용에 따라 도개발공사는 이곳에 5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뉴스제주

# 도개발공사, 어설픈 맥주사업 계약으로 5억 눈먼 돈 사업자에게 위약금 지불

도개발공사는 제주맥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오재윤 전 사장이 재직하던 지난 2014년 4월 22일에 미국 브루클린사의 한국 내 법인인 (주)엠비에이치홀딩스와 주주협약서 협약을 체결했다.

당초 도개발공사는 브루클린사와 공동으로 투자해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 내에 맥주제조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허나 (주)엠비에이치홀딩스가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지면서 도개발공사는 지난해 3월에 이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하지만 이 회사와 맺은 주주협약서 내용이 문제가 됐다.

주주협약서 제11조에 따르면 두 회사가 서로 합의한 기간 내에 출자금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이를 서로 어길 시 미이행된 출자금의 절반 상당을 상대방에게 위약금으로 물게 했다. 게다가 위약금 지급이 지체되면 지연손해금으로 25%를 가산해 지급키로 했다.

이에 대해 도개발공사는 협약에 하자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검토와 상대방의 귀책내용을 명확히 해 출자의무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이 최소화 되도록 조치해야 했으나 이를 게을리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도감사위 감사내용에 의하면, 도개발공사는 제주산 백호보리를 이용해 제주맥주를 생산해야 했었으나 당시 체결한 협약서엔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 사업목적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도개발공사는 사업자(브루클린사)가 제주산 보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MBH홀딩스와 체결한 협약이 무효라고 판단, 이사회로부터 검증절차도 밟지 않고 사업중단을 의결해버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도개발공사는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도개발공사의 출자지분이 49%(도민주 12.5% 포함)뿐이어서 경영권 확보 문제도 불거졌었다.

이 때문에 결국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계약조항으로 인해 도개발공사는 페이퍼컴퍼니로 판명된 '엠비에이치홀딩스'에게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도민혈세 5억 원을 낭비하게 만든 도개발공사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뉴스제주

MBH홀딩스는 도개발공사가 주주협약서에서 정한 투자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위약금으로 9억 8000만 원과 이를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된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30일 이 사건에 대해 도개발공사 측이 MBH홀딩스에 5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조정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법원의 조정결정으로 위약금액은 절반 가량 줄었으나, 도개발공사는 지난해 11월 28일에 5억 원의 혈세를 엄한 곳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목도해야 했다.

도감사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제주맥주 크래프트 사업으로 인해 금전적 손해를 발생하게 한 도개발공사에 대해 엄중 경고하라고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도개발공사 사장에겐 새로운 사업에 대한 출자 및 각종 협약을 체결할 경우, 사전에 계약 내용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철저히 행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도개발공사 내 법무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의 요구했다.

한편, 이날 도감사위의 감사결과 발표 이전에 김영철 전 사장은 지난 2015년 초에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서둘러 제주맥주 사업을 중단케 했으나 이미 늦은 때였다.

김영철 전 사장 또한 감사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맞으면서 지난해 12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도개발공사 사장은 공석 상태에 있으며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이 대행하고 있다. 도개발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사장을 공모하고 있으나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장기간 공석 상태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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