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요일별 배출 개선안에도 시민들이 불만 표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

   
▲ 클린하우스. ⓒ뉴스제주

쓰레기 50%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현행 제도 보다 다소 완화된 개선안이 제안됐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개선안 역시 행정에서 주도하고, 이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것 조차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4일 오후 1시 30분 제주 벤처마루에서 '생활폐기물의 배출 및 수거시스템, 주민편의 등을 반영한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를 당일 오전 10시에서야 언론에 알렸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은 시민들과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모습을 또다시 보였다.

제주도는 이날 토론회에서 "쓰레기 요일별 배출을 기존 주 1~2회 품목 배출에서 주 2~3회로 확대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월요일과 금요일, 일요일 주3회에 플라스틱을, 화요일과 토요일 주2회에 종이류, 병류, 불연성을, 수요일은 캔과 고철을, 목요일과 일요일은 비닐류와 스티로폼,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안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은정 제주여민회 이사, 현원학 제주생태연구소장, 김정임 제주시새마을부녀회장, 고성화 새마을지도자제주시협의회장, 김충균 제주시통장협의회장, 배주남 바르게살기운동제주시연합회감사,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진행은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선임연구원이 맡았다.

   
▲ 제주도는 24일 오후 1시 30분 제주 벤처마루에서 '생활폐기물의 배출 및 수거시스템, 주민편의 등을 반영한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당일 오전 10시에서야 언론에 알렸다. ⓒ뉴스제주

토론자들은 대부분들은 이번 개선안에 환영했다. 개선안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자원을 순환해 환경보존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행정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다.

고성화 회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민들이 따라줘야 한다. 후손들을 위해 깨끗한 지하수를 물려줘야 하는지 등을 도민들과 함께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행정의 정책의 문제가 가장 크다 있다. 시민들에게 질문도 하고 여론조사도 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현원학 소장은 "제주도가 제주를 위해 잘 해보려고 하는데 시민들이 반대하겠는가. 도민들이 쓰레기 요일별에 저항하는 것은 이전에도 제주도민들이 잘 분류 했는데, 이를 만든 것이 시민들의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최악의 환경 오염 도시였던 기타큐슈가 환경 수도로 변모한 것은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제주도가 자원 순환형 도시로 가기 위해 한쪽 면만 쳐다보지 말고 과학과 문화를 입혀서 탈바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주남 감사는 "지난해 제주시가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과제 선정을 위한 100인 모임 추진위원회(위원장 오옥만)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이 단체가 얼마나 제주사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100인 모임은 지난해 수차례에 걸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마지막까지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린 사항과 특히 논란이 된 요일제 배출의 경우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결과는 아무런 논의 없는 강행했다.

100인 토론회에서 조차 "옛날과 같은 농경 사회가 아니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야간에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클린하우스에 있어야 할 쓰레기가 집에 쌓여 있는 것"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0월 18일 KBS제주에서 열린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과제 선정을 위한 100인 모임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최종 토론회에서 조차 오옥만 위원장은 "요일별 쓰레기 배출은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동월 27일 제주시청 브리핑실에서는 "요일별 쓰레기 배출을 시범지역을 선정해 실시한 후 확대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표면적으로는 시민 100인과 머리를 맞댄 것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지만, 실상은 시민과의 소통 보다는 행정에서 주도하고 강행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민들이 행정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지난해 10월 18일 KBS제주에서 열린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과제 선정을 위한 100인 모임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최종 토론회에서 조차 오옥만 위원장은 "요일별 쓰레기 배출은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제주

지정 토론을 마치고 이어진 시민 자유발언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불만이 나왔다. 

외도동에 거주하는 안창준 씨는 "쓰레기 요일별 분리수거는 100인 토론자들이 제시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찬반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제주시가 이를 외면하고 강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씨는 "요일별 배출 횟수를 더 늘리겠다는 것은 시민들을 더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더 연구를 해서 방안을 내놔야 한다. 준광역 클린하우스를 통한 배출자원을 순환할 필요가 있다. 배출 시간과 관계없이 어떤 품목이든 매일 버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면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토론회의 핵심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아닌,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매일 배출하더라도 철저한 주인의식을 갖고 철저한 분리 배출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토론회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하도리 주민 이명욱 씨는 "오늘 토론회 참석을 원했던 분들이 한분도 초대되지 않았다. 현수막 하나 걸지 않고 급하게 토론회를 진행한 이유가 뭔가. 토론회 목적이 의심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쓰레기 문제는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다. 문제가 없다면 왜 이런 개선점을 내놓았느냐. 이는 행정이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의식도 고쳐져야 하지만, 행정 의식이 더욱 고쳐져야 한다. 행정이 시민의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클린하우스와 매립장에 있는 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클린하우스를 감시하는 분들이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개도하면 해결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뉴스제주

이에 김양보 국장은 "행정 책임이 가장 크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지금 매립장과 소각장이 노후화 되다 보니까 2000억 이상의 비용을 들여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이 과정도 4-5년 결린다. 처리단계는 행정의 의무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쓰레기를 재활용하는데 제한이 있다. 현재 처리 배출되는 것을 처리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면서 "행정이 '예산과 인력을 올리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3년 사이 예산을 두 배나 올랐다. 환경문제는 국비가 상당히 적다. 지자체 예산으로 해야 하는데 이는 도민의 세금이다. 이를 무한적으로 올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요일제 배출 이전에도 시민들은 분리배출을 잘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을 탓하고 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0명 중 9명이 잘하더라도 1명이 잘못하면 안된다. 10%가 안되더라도 혼합해 수거할 수밖에 없다. 우유 등 이물질이 배출될 경우 매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제주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가야만 한다. 행정과 시민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반발한 시민들이 "오늘 토론회는 (시민들에게)홍보가 안됐다. 다시 한 번 제대로 토론해 보자"고 항의하자 행정은 서둘러 토론회를 끝냈다.

   
▲ 제주시 구좌읍 동봉리 소재에 조성중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봉개동 매립장 포화상태로 인해 동봉리 소재에 매립장과 소각장이 조성되고 있다. ⓒ뉴스제주

제주는 섬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급격한 인구와 관광객 증가와 맞물리면서 환경(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하다 보니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을 달성한 제주이지만,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주의 가장 큰 자원인 청정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행정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한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쓰레기 문제는 시민들의 협조가 있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난제임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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