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책 강구하겠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늘 강조해 온 '시장 다변화'

제주특별자치도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시장 다변화'라는 뻔한 카드를 꺼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정은 3일 오후 1시 30분, 도 본청 2층 백록홀에서 전성태 행정부지사가 주재한 '중국의 한국관광 전면중단'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제주관광공사와 도관광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묘수를 짜내려 했지만 이렇다 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일 중국 여유국이 방한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 3일 오후 도내 관광업계 관계기관을 불러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뉴스제주

한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사실 자국 여행사를 통해서 한국으로 관광객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중국의 방침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답은 간단하고도 명백하다.
제주도정이 밝힌 대응책처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헌데 이러한 목소리는 사드 보복 조치에 의한 대응방안이 아니었어도 훨씬 그 이전부터 얘기돼 왔던 문제였다.

현재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외국인 관광객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제주를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360만 3021명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306만 1522명이고,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나라의 관광객이 말레이시아인데 겨우 6만 6207명이다. 중국과 무려 300만 명 가량 차이난다.

아무래도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기형적이다.

이어 싱가포르가 5만 566명, 태국 4만 4809명, 일본 4만 7997명, 홍콩이 4만 4757명, 대만 3만 8046명, 인도네시아 3만 3707명, 기타 아시아 국가가 4만 6960명이다. 그 외 미국이 3만 3605명이고, 나머지가 10만 9837명이다.

중국을 빼면 얼추 다 엇비슷하다. 하지만 중국보다 훨씬 더 가까운, 인구 1억 명이 넘는 일본의 관광객 수가 5만 명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은 곱씹어봐야 할 상황이다.

   
▲ 중국 관광객 수는 제주를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 내 여행사를 통해 제주로 오는 것이어서 이 길이 막힌다면 제주관광 내수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스제주

이는 결국 '외교, 정치' 문제다.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은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또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워보고자 하는 측면에서 일면 타당해 보인다. 허나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인 경제·사회적 손실비용은 온전히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결국 제주도의 입장에선 예나 지금이나 '시장 다변화'와 '마케팅 강화' 이외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얼마나 더 독창적인, 혁신적인 세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다가올 제주관광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고민이다. 게다가 오는 15일 후로 드러날 중국인 관광객들의 감소에 따른 도내 내수시장 감소분을 지금 당장 보완할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관광정책을 수립하려면, 이제 제주는 중국 관광객으로 돈을 벌어가려는 '특수의식'를 버려야 할 때다. 허나 이날 긴급 대책회의에 나선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중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일 중국 여유국이 방한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 3일 오후 도내 관광업계 관계기관을 불러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뉴스제주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중국시장 마케팅 방안이 무엇인지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양필수 제주관광공사 해외마케팅처장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 과거 센가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이 갈등이 빚어졌을 때, 일본은 오히려 대중국 마케팅을 더 강화했다"며 "중국 정부와는 힘들 수 있어도 민긴시장 공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양필수 처장은 "그동안 침체돼 있는 일본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시장 다변화 전략을 이번 기회에 국가별로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도 "지금 일본이 그래서 중국 관광객을 흡수하는 곳으로 성장했다"며 "악재를 딛고 수용태세를 만들었던 것처럼 중국의 젊은 층을 흡수할 마케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찬 관광국장은 개별여행객을 확대 모객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재홍 제주관광공사 본부장은 "시장 다변화를 노려야 하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긴 어렵다"며 "내국인 시장을 보다 더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무순 제주도관광협회 본부장은 "사드 관련 논란이 종료될 때까지 매일 동향파악을 해서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모아보겠다"며 "단체보단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은 떨어졌지만 서둘렀다고 해서 단기간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과제들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그간 제주관광공사나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오랜기간 추진해 오던 각종 시장 다변화 정책들이 이제 서서히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과정이 빛난들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만다.

제주관광 정책도 다른 종합계획들처럼 5년, 10년 장기적인 비전목표를 세우는 작업이 필요해 보이지만, 1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관광수요를 어떻게 해야 길게 내다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중국 정부가 오는 15일을 기점으로 방한 관광객들을 전면 통제할 것으로 관측됐다. 제주도 당국은 뻔해 보이는 대책으로 뻔하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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