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사파리월드 조성사업' 공청회 요청한 주민들 신상정보 사업자에게 건네줘 '파장'

제주 사파리월드 조성사업 계획과 관련, 행정에서 동복리민들의 신상정보가 담긴 문서를 사업자에게 건네준 것으로 확인돼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동복리는 올해 1월 23일에 마을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의 시행사인 (주)바바쿠트 빌리지(대표 한상용)가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일부 마을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의혹이 많다고 여겨 공청회를 요청하고자 동복리민 56명의 '주민의견 제출서'를 모아 제주시(관광진흥과)에 제출했다. 공청회는 주민 30명 이상이 의견을 제출하면 개최하도록 돼 있다.

이에 제주시는 제주도청에 이를 보고했고, 제주도청 투자유치과는 접수받은 주민의견서 전체를 사업자인 바바쿠트 빌리지에 건네줬다.

이 주민의견 제출서엔 56명의 동복리민 성명과 주소, 생년월일,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일부 주민은 생년월일란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사람도 있다.

   
▲ 동복리민 이영수 씨가 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에서 주민들의 개인신상 정보가 담긴 '주민의견서'를 제주사파리월드 사업 시행사인 민간업체에 넘겨줘버렸다고 폭로했다. ⓒ뉴스제주

바바쿠트 빌리지는 공청회가 개최되는 것을 막아내고자 이 정보를 이용했다.
사업자는 행정으로부터 건네받은 명단을 정동면 동복리장에게 건네줬고, 정동면 리장은 동복리 청년회장을 대동해 당시 주민의견 제출서를 쓴 동복리민들을 찾아가 공청회 취소를 위한 연대서명을 받아내려 했다.

56명의 동복리민 중 이영수 씨는 사업자와 리장 및 청년회장이 어떻게 자신들이 주민의견서 제출 사실을 알아냈는지에 대해 분노했다.

이영수 씨는 "(공청회 철회를 요구하고 다니던 주민들이)행정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해당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며 8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낱낱이 만천하에 공개했다.

실제 행정에선 이 씨에게 사업자 측이 "공청회를 개최하겠다는 사람들이 정말 동복리민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해당 주민의견서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30명 이상의 주민의견이 접수됨에 따라 행정에선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이를 사업자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의견서를 건네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주민의견서를 제출한 사람들이 동복리민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업자의 요구를 행정이 들어 줄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럽지만, 얼마든지 행정에서 정보를 건네지 않고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러니 '행정은 늘 사업자의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씨는 제주도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이 씨의 전언에 의하면, 정보 누설에 대해 투자유치과 과장과 계장, 주무 담당자 모두가 이 씨에게 사과했다.

허나 이 씨는 "주민의견서를 제출한 주민 56명에게 자리를 마련하면 사파리월드 사업자를 대동하고 주민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사업자가 공청회를 두려워 한 건 어떤 결격사유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공식 사과와 사파리월드 조성사업의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에 "제주도 투자유치과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엄중한 징계를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씨의 설명에 따르면 동복리장과 청년회장은 공청회를 철회시키기 위해 주민의견서를 제출한 4∼5명의 동복리민들을 찾아갔고, 이 중 1명으로부터 철회 서명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마을 어르신들은 리장으로부터 어떤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다닌다"며 "심지어 이 사업이 무산되면 책임져야 한다는 협박까지 하고 다닌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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