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촛불집회 시청서 11일 개최, 탄핵 축하 구름 인파 몰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는 행사가 제2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로 11일 오후 6시부터 제주시청 일대서 개최됐다.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이날 집회에 모였다. 몇 명이 참여했다는 건 이제 별 관심대상도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난 이후 그간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달려왔다.

한겨울 비 바람 눈보라가 휘날리는 혹한의 추위가 몰아쳐도 '촛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그 고난의 시간이 흐른 뒤에 봄이 온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제 다시 민주주의가 시작됐다며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로 다가옴에 따라 엉망진창이었던 국정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길 바랐다.

   
▲ 11일 개최된 제2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뉴스제주

이날 제20차 촛불집회에선 그러한 제주도민들의 바람과 열망이 가득찼다.

볍씨학교 학생들이 현 정권을 풍자한 콩트를 본 도민들은 그간 대한민국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박수를 치면서 미래를 응원했다.

공연을 마친 볍씨학교의 학생은 "우리가 진실을 정확히 알고는 있는 걸까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을 어떻게 바꾸고, 시험만을 강요하는 교육을 어떻게 하면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할까. 그런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며 "지금까지도 힘내서 감사했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한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어린 중학생의 당찬 포부에 어른들은 자연스레 숙연해졌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도민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는 것으로 동감을 표현했다.

   
▲ 볍씨학교 학생이 박근혜 정권을 풍자한 콩트를 선보인 뒤 소신발언에 나서고 있다. ⓒ뉴스제주

세월호와 함께 바다로 침몰했던 단원고 2학년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세월호가 탄핵 사유로 선택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이젠 살점 한 점 남아있지 않겠지만 아직도 자식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서 제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이제 암을 찾은 거다. 그 암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에 대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다짐한다"며 "우리 모두가 웃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옥임 대정여성농민회 상황실장은 "오늘 6차 버스를 띄운 날 버스기사님이 버스 앞에 '축 탄핵' 현수막을 달아 놓으셨더라.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맞으면서 지키려고 했던 건 이 나라의 농업이었다"며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우리 농업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헌재의 탄핵 결정은 세계사적인 기록이다. 허나 어깨가 무겁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가 우리 어깨 위에 있고 사드 배치도 막아야 한다. 해군기지와 공군기지, 강정주민 구상권까지 우리 어깨에 짊어진 이 과제를 해결하자"며 김옥임 실장이 말했던 '축 탄핵'을 외쳤다.

   
▲ 제2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군중들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제주시청 일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스제주

오현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김지석 학생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혁명을 완성했다"며 "우리가 무슨 무력을 썼나. 총을 썼나. 법을 어겼나. 어제의 기록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세계사 한 페이지에 기록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은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가 싸 놓은 똥을 치워야 한다. 그 사람은 위안부 합의와 국정교과서로 자기 아버지 시대, 아니 일제 강점기 시대로 돌려 놓으려고 했다. 그걸 우리가 막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고 그 분들을 지켜내야 한다"며 우렁찬 목소리로 호소했다.

김영근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자랑스럽지 않은가. 승리자는 우리 국민들"이라며 "박근혜는 감옥에 가야 한다. 청와대가 민간인이 사는 곳인가. 군사보호구역이라며 특검을 막았던 곳인데 민간인이 무단 점거하고 있다. 이건 구속 사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그동안 70여 년간 독재와 친일, 신자유주의 망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촛불혁명은 미완의 함성 혁명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간 쌓아 온 저 기득권 독재 세력들을 이 한국사회에서 깔끔하게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근혜야, 감방가자'를 외쳤다.

   
▲ 제2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행진 물결. ⓒ뉴스제주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