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 공식화 3월 이전부터 관광객 줄기 시작
정부나 제주도정, 현장 업계 조금만 귀 기울였어도 예견했을 것 '지적'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관련 관광상품 일체를 판매 중지시켰다. 제주와 중국 각 지역을 잇는 직항노선들이 잇따라 운항 중지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16일부터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크루즈 선박들이 제주항 입항을 취소했다.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하던 성산일출봉에서 중국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일출봉 인근 업계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특히 화장품 업계는 치명타를 입고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들은 엄청난 인파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자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도 내비쳤다. <뉴스제주>는 중국의 사드 보복 모습을 둘러봤다. 2회차에 걸쳐 기사를 싣는다. - 편집자 주

Scene 1. 텅 빈 성산일출봉 주차장, 반토막 난 매출...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네.

   
▲ 3월 16일 오전 12시께 버스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성산일출봉 주차장. 16일부터 크루즈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자 언제 꽉찬 인파로 북적댔었냐는 듯 매우 한산했다. ⓒ뉴스제주

3월 16일 낮 12시에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은 한적한 모습을 띠었다.

그 많던 관광버스들의 자취가 사라진 성산일출봉 주차장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주차장 가운데와 오른편을 차지하던 관광버스들의 빈자리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나마 한 켠에 주차돼 있던 관광버스 4∼5대 가량은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른 차량이 아니라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의 손님들을 태운 차량으로 확인됐다. 그 차량들이 빠져 나간 뒤엔 4대의 수학여행 버스가 들어섰다.

주변 상인들은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출봉 입구 근처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던 상인은 "며칠 전부터 관광객이 급격히 줄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매출이 평일보다 30%도 안 됐다. 지금 버스주차장이 텅 비었는데, 중국이 아니면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라도 들어오게 해줘야 할텐데..."라며 고 불만을 토로했다.

바로 그 옆에서 비슷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던 다른 상인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에서 몇 달 전에 제주로 내려와 이곳 성산일출봉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황식연(57) 씨는 "2월달과 비교만 해봐도 매출이 확연히 차이나고 있다. 절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장 인근에서 P브랜드사의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예전 같았으면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온 여행사 가이드들이 하루에 150∼200명 가량 들렀었다"고 회고했다.

A 사장은 "그 많던 가이드들이 지난 2월부터 하나 둘 제게 '이젠 못 오게 될 것 같다. 내년 쯤에 다시 들르겠다'거나 '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봐야겠다'고 작별인사를 고하더니 어제 15일자로 모두 다 인사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또 A 사장은 "평소였으면 여기 주차장이 꽉 차서 한 시간 기다렸다가 하나 빠져 나가면 들어오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그러다보니 여기 매출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 성산일출봉 주차장 입구. 16일 평일이지만 대낮에도 북적이던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뉴스제주

#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안일한 정부와 제주도정

그러면서 그는 이런 현상이 갑작스러웠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A 사장의 말에 의하면 국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결정이 나고 나서부터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빵집에 많이 오는 여행사 가이드들이 사장에게 귀띔을 해 준 탓에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A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였고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었는데, 가이드들로부터 들은 얘기가 이제 체감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드러내놓고 사드 보복을 가하기 이전부터 암암리에 한국 관광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실제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준공식화되기 이전인 2월부터 줄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 제주에 입도한 외국인 관광객은 20만 4159명으로 같은 기간 지난해보다 4% 가량 감소했다. 그간 증가세가 주춤한 적은 있었으나 메르스 사태 이후 감소한 건 2월이 처음이다.

메르스 같은 외부 요인 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다는 건, 제주를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인 점을 감안하면 사드 보복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중국은 한류 스타들의 광고를 끊고 국내 드라마 수입도 거부하면서 금한령(禁韓令) 조치를 내려 실질적으로 이 때부터 '사드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나 제주도정은 "아직 실질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다"라거나 "사드 배치와는 무관하게 저가 관광을 단속하기 위한 조치"라는 다소 엉뚱한 대처로 일관했다.

이미 전조증상이 벌어지며 위기를 알려오고 있었지만 이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관광 안내 가이드들이 전하는 말들을 모니터링만 했더라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현재의 상황인 셈이다.

#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화장품 업계... 엄청난 타격

   
▲ 완전히 텅 비어 버린 성산일출봉 인근의 화장품 매장. ⓒ뉴스제주

올해 2월부터 줄기 시작한 중국인 관광객은 3월 들어 본격화됐다. 3월 1일부터 14일까지 성산일출봉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2만 484명이다. 같은 기간 전년도가 3만 7054명이었으니 무려 45%나 감소했다.

이로 인한 직격탄은 일출봉 인근에 있는 화장품 업계로 날아들었다.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화장품 매장은 운영하고 이희진(42,여) 씨는 "저희 매장이 중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인데 한 분도 안 오시니까 저번 주말부터 이번 주는 매출이 거의 전멸되다시피 됐다"고 토로했다.

이희진 씨가 운영하던 매장은 이날 손님이 완전히 뚝 끊겨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날 15일엔 겨우 3∼4명만 왔다갔다고 했다.

이 씨는 "매출이 종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얼마전까지 왔던 가이드 분들 말 들어보면 이달 8∼9일이 마지막 단체 여행객들이 제주에 왔었고, 그 분들이 머물고 간 이후 12∼13일부터는 거의 (중국인 관광객들이)없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그래도 여긴 직영점이라 계속 운영을 하게 될 것 같다"며 "학생단체들 오고, 한국 분들 위주로 새로운 세일을 구상하면서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설명에 의하면 비수기 시즌에도 하루 20∼30명 가량이 실제 상품을 구매해갔고, 그냥 들렀다 가는 사람만 100여 명에 이르렀었다. 중국인들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16일부터 싹 빠져버리자 매장은 텅 비어 버리고 말았다.

   
▲ 성산일출봉 인근 다른 기념품 매장도 한산해졌기는 마찬가지다. ⓒ뉴스제주
   
▲ 성산일출봉 등산로.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인간 띠를 이어가며 올라가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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