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행사 규모 훨씬 작아져... 행사 첫날부터 '삐걱'
BMW, 닛산 빠지고 시승행사장엔 아이오닉과 쏘울 뿐... '볼트'가 유일한 볼거리

제4회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17일 개최됐지만 '국제행사'라고 하기엔 행사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축소돼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제주전기차엑스포는 서귀포시 중문 여미지식물원 일대서 개최됐다. 이날 오전 10시 글로벌 EV 서밋(Global EV Summit)을 시작으로 오후 1시 30분 공식 기자회견과 오후 4시 개막식이 이어지면서 전기차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 불편하기만 한 행사 장소.

   
▲ 제4회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행사장 입구. 이곳과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차를 주차한 뒤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입장할 수 있다. ⓒ뉴스제주

허나 시작부터 흥행 조짐이 위험해 보였다.

우선 방문객들의 주차가 거의 불가능했다. 행사 장소는 여미지식물원이었지만 주차장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였다. 기자들조차도 ICC로 가서 주차한 뒤에 그곳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여미지식물원으로 와야 했다.

셔틀버스는 20분 단위로 움직였는데 문제는 장애인들이었다. 주차를 할 수가 없으니 셔틀버스를 타고 와야 했는데 셔틀버스엔 장애인들이 탑승할 수 없었다.

주차 문제야 행사 장소가 비좁아 그랬던 것일 수 있어 이해됐지만 '기자실'이 메인 행사장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너무 공간히 협소해 채 20명도 들어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메인 행사장 주변에 놓여져 있는 테이블에 앉아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기자회견장에도 리드선이나 인터넷 라인이 준비돼 있지 않아 기자들이 알아서 자생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기자회견 진행도 갈등에 놓였다. 외신기자들과 국내기자들을 차별하는 듯한 주최 측의 대처에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통합 기자회견으로 진행됐지만 외신기자들에게 질문 우선권이 부여되면서 눈총을 받아야 했다.

메인 행사장은 여미지식물원 중앙 홀에 마련됐다. 행사장은 아름다워 보이는 듯 했지만 공개된 공간이라 주변 잡음이 심했다.

지난해까지 ICC에서 쾌적하게 잘 진행되던 장소를 왜 여미지식물원으로 변경한 건지 이해하기 힘든 조직위원회의 결정이다.

# '국제'행사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차량들 뿐...

   
▲ 제4회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전시된 한국GM의 쉐보레 볼트(Bolt) 전기차량. ⓒ뉴스제주

이러한 문제들은 그저 사사로운 불편 정도였을 뿐,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번 엑스포가 '국제'규모라고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참석할 예정이라던 BMW와 닛산이 이번 행사에서 빠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승행사장엔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의 쏘울 차량 단 2대의 종류만 준비돼 있었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 380km를 확보했다던 쉐보레 볼트(Bolt)의 시승기회가 기대됐었으나 불발됐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위원장 김대환)가 전 세계의 유명한 전기차 브랜드 제품을 전시해 제주를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을 형성해내겠다는 포부가 무색해져버렸다.

BMW와 닛산 외에 전기차를 생산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다른 외국 유명 완성차 업체들의 참여가 더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지난해 행사보다 규모가 더 축소돼 버렸다.

실제 이번 제4회 엑스포에선 테슬라의 참여 여부가 지난해부터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해 3월 제3회 제주전기차엑스포가 폐막되고 난 이후, 5월에 국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B.스트라우벨이 제주를 방문하면서 올해 전기차 엑스포에서 테슬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한층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올해 드디어 국내에 전시장을 오픈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한껏 부풀러져 갔다. 모델3가 아직 생산 중에 있어 모델S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테슬라는 끝내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와 전기차엑스포 준비기간이 맞지 않아 초청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매장이 지난 3월 15일에야 개장했다.

# 제주전기차엑스포는 '모터쇼'가 아니다?

   
▲ 왼쪽부터 김상협 KAIST 교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대환 제4회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 위원장. 17일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장에 나서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제주

이날 오후 1시 30분에 개최된 기자회견장에선 이러한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슬라 불참에 대해 김대환 조직위원장은 "이번 엑스포는 모터쇼가 아니다. 전기차의 다보스포럼이 주"라는 답변으로 회피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테슬라가 전기차의 열풍을 이끌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테슬라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이젠 다른 업체들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써 내려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테슬라가 전기차엑스포의 성공을 보장하는 히트 메이커가 될 순 있지만 그게 엑스포 전부여선 안 될 일인 건 맞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최대 관심은 차량을 보고 체험하는 것이지 포럼을 듣는 건 전기차 관계자들의 관심사다. 엑스포 성공은 둘 모두를 갖춰야 한다.

모터쇼 부분이 크게 위축됐음에도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는 모터쇼가 아니"라는 답변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행사가 국제행사가 맞는지에 대한 지적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원희룡 지사는 "지적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가 끝나면 국제행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산자부와 조직위, 환경부와 심도있게 전면적인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 지사가 "볼트 차량을 실은 배가 목포를 떠나 제주로 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번 엑스포 행사 기간 중에는 시승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4회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의 행사규모가 크게 위축된 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원 지사가 "사드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중국 측이 대거 빠져 나가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해도 지난해까지도 잘 참여해오던 BMW의 i3와 닛산의 리프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전시된 차량 모두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차량들만 놓여지면서 '국제'행사로서의 면모가 사라져버렸다.

   
▲ 기자회견이 개최된 여미지식물원 중앙 홀. 기자실이 바로 옆 건물에 있지만 20명도 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곳 주위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뉴스제주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쉐보레 볼트 차량을 탑승해 보고 있다. ⓒ뉴스제주
   
▲ 이번 제4회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린 여미지식물원.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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