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 내국인들에겐 지금이 제주관광 최적기
외국인 관광객 크게 줄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점차 늘고 있어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관련 관광상품 일체를 판매 중지시켰다. 제주와 중국 각 지역을 잇는 직항노선들이 잇따라 운항 중지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16일부터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크루즈 선박들이 제주항 입항을 취소했다.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하던 성산일출봉에서 중국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일출봉 인근 업계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특히 화장품 업계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들은 엄청난 인파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자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도 내비쳤다. <뉴스제주>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둘러봤다. 2회차에 걸쳐 기사를 싣는다. - 편집자 주

   
▲ 성산일출봉을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광일 씨와 최규진 씨. ⓒ뉴스제주

# Scence 2. 그 많던 중국관광객들이 없으니 이렇게 쾌적할수가...

'위기가 기회'다.

현재 처한 위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인식을 바꿔보고자 흔히 쓰이는 문구지만, 이번 제주관광이 겪는 사태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내국인 관광객들은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성산일출봉이 한산해지자 매우 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성산일출봉 관광에 나선 이광일 씨는 "지난해 5월에 서귀포와 신제주를 둘러보고 올해엔 이곳에 왔다"며 "그때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이번엔 많이 한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관광객이 줄어든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 씨는 "그때 지금 비교해보면 공항도 덜 북적였고 확실히 주차하는 것도 여유로워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며 "비수기에 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체감상으론 덜 붐비니 훨씬 좋다"고 전했다.

이 씨와 같이 제주여행을 즐기고 있던 최규진 씨도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최 씨는 "여행을 온 여유가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예전엔 너무 복잡해서 제주관광지가 아니라 낯선 느낌마저 들었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여행을 온 느낌이다. 여유가 많이 생겼고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성산일출봉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을 만나보니, 이미 행정에서도 내국인 관광객들의 이러한 생각을 인식하고 있었다.

   
▲ 하성현 성산일출봉담당. ⓒ뉴스제주

# 쾌적해진 관광 내세워 내국인들에게 홍보 강화해야

하성현 일출봉관리담당은 "3월 들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관광객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적게 오고 있어서 오히려 좋다는 의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에 성산일출봉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겨우 624명에 그쳤다. 지난해 3244명이 방문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81%가 줄어든 셈이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들은 10∼60% 가량 증가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는 20% 정도 감소한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금∼일 구간에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지난 11일(토)엔 5454명이 성산일출봉을 다녀갔다. 전년도보다 59%나 증가한 수치다.

3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성산일출봉을 다녀간 중국인들은 하루 평균 1500명이었고, 내국인들은 4000명 가량으로 두 배가 훌쩍 넘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12일 이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16일부턴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은 40.8% 가량 줄었으나, 내국인 관광객은 11.3% 늘어났다.

이 때문에 성산일출봉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곤 했지만 올해 말까지 전체 방문객 수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성현 담당은 "중국인이 전년도에 비해 40% 가량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20% 가량 줄어들긴 했는데 중국인들이 안 들어오다보니 이젠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감지됐다"며 "이미 언론에서도 보도됐지만 시장다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내국인과 동남아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며 "수학여행단이 더 모객되고 하면 (성산일출봉에)올해도 300만 명 정도는 다녀갈 것으로 보여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성산일출봉에 오지 않아 주차장 한 쪽만 텅 비어 있을 뿐, 내국인들이 렌트해 온 자가용들로 인해 성산일출봉 주차장은 항상 만석이다. ⓒ뉴스제주

# 안 오면 다른 데서 오면 그만 "중국 눈치 볼 필요 없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에 의한 편중이 심하다곤 하지만 제주도내 전체 관광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 건 중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행정에서도 국내 관광시장 극대화 전략을 통해 이번 사드 보복 위기를 타개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제주항을 경유하는 크루즈 관광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제주도정은 이를 타개하고자 중국 이 외의 지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선사들을 접촉해 제주항에도 기항할 수 있도록 다각화를 추진했다. 道 해양수산국은 이미 몇 개 선사로부터 확답을 받기도 했다.

외교 정치 및 군사적 보복으로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달갑게 여겨질 수가 없다. '사드 철회하면 관광객 보내줄게'라는 중국의 태도는 유치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안 그래도 제주관광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애초에 잘 된 일"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해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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