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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중국)=뉴시스】권현구 기자 =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슈틸리케 감독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7.03.22. stoweon@newsis.com

【창사(중국)=뉴시스】권혁진 기자 =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2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공식 기자회견에 홍정호(27·장쑤 쑤닝)와 장현수(26·광저우 R&F)를 대동했다.

대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는 선수 대표로 주장이 나서 취재진을 상대한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슈퍼리그에서 뛰는 두 선수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기자회견 말미 한 중국기자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중국슈퍼리그에서 뛰는 한국 대표 선수들이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월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을 손질했다. 아시아 출신 1명을 포함한 5명, 3명 출전에서 아시아쿼터 구분 없이 5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바꿨다.

유럽 및 남미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는 중국 내 한국 선수들은 바뀐 규정의 직접 타깃이 됐다. 장쑤 쑤닝에서 뛰는 홍정호는 주전 수비수로 입지를 굳혔지만 다른 선수들은 순식간에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장현수의 경우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공식 경기 출전이 없다.

국내에서도 중국리그 벤치 멤버들의 발탁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가 기자회견 도중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분명 달갑지 않은 질문이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정리에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에게는 굉장히 안 좋은 일이다. 갑작스럽게 규정이 바뀌어 더욱 그렇다. 미리 알려졌으면 이적 등으로 대비할 수 있었는데 발표 시점이 너무 늦었다. 선수 개인적으로나 대표팀으로나 안 좋은 상황"이라고 솔직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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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중국)=뉴시스】권현구 기자 =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현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7.03.22. stoweon@newsis.com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선수들이 내일 경기장에서 능력을 발휘해 소속팀에서 베스트 11에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힘을 실어줬다.

두 선수는 중국전에서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출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중국에 진출하면 실력이 떨어진다는 '중국화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이번 경기를 통해 진가를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장현수는 "중국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 부분을 지켜봐달라"면서 각오를 다졌다.

두 선수를 기자회견장으로 부른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들은 여러 난감한 질문들에 당당히 맞서며 중국전 의지를 다졌고, 공개적으로 감독의 신뢰까지 확인하는 두툼한 보너스까지 챙겼다. 남은 일은 이들이 익숙한 중국땅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던진 메시지에 응답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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