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69주년 제주4.3추념식에서도 '잠들지 않는 남도' 곡 제외

원희룡 제주도정이 지난 2015년부터 제주4.3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 곡을 부르지 못하고 있어 제주도민들로부터 해마다 지탄을 받고 있다.

이 곡은 가수 안치환이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밴드 시절 1989년에 작사·작곡한 민중가요다. 가사는 제주4.3사건의 고통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4.3희생자 추념식 행사에서 4.3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공식 노래로 불려져 왔다.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불려져 오다가 지난 2015년 행사 때부터 제외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도 제외되면서 다른 2곡이 불렸다. 올해는 '빛이 되소서' 단 한 곡만 부르기로 했다.

   
▲ 제69주년 제주4.3추념식 준비상황 보고회가 27일 개최됐다. 올해 행사에서도 '잠들지 않는 남도' 곡이 제외되면서 제주도정은 큰 비난에 직면했다. ⓒ뉴스제주

"지금이 과거 유신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신랄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중앙정부에서 하라는대로만 했다.

제주도는 27일 오전 제69주년 4.3희생사 추념식 준비상황 보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러한 지적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 관계자는 "해당 곡은 찬반 논란이 있어 제외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그 곡을 부르는 것에 반대를 한 세력들이야 뻔하다. 정부가 4.3진상보고서를 채택했음에도 끊임없이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는 일부 극우보수 단체들일 터다. 이들이 제기한 수많은 소송들에 대해 법원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들어주지 않고 모두 기각했다. 그만큼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없다는 것임을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주도정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건 스스로가 '힘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제외했다는 도 관계자의 변명은 너무나도 궁색한 정도를 넘어서 비굴해 보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제주도정은 이날 보고회 관련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도 논란이 된 추념식 노래 부분 내용은 쏙 빼고 전달했다. 부끄러운 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제주4.3 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 ⓒ뉴스제주

더군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제 민간인 '박 씨'는 구속될 처지에 놓여있고, '범죄집단'이나 다름없는 청와대도 곧 와해되는 건 시간문제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재임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이 왜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나.

4.3유족회 관계자는 이날 보고회에서 "225명에 대한 4.3희생자 의결이 4.3중앙위원회에 올라가 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제자리"라며 "원희룡 지사가 4.3중앙위원인데 도지사 취임한 이후에 무슨 노력을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이 이미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건지, 아니면 원래 원희룡 도정의 성향이 이러한 건지 알 수가 없는 대목이다.

유신정권의 망령 그늘을 벗어내야 한다고 했던 원희룡 지사다.
원 지사는 과거 새누리당을 탈당할 즈음에 박근혜 정권을 가리켜 "박정희 시대부터 이어져 온 부패"라고 지칭하며 "그러한 적폐의 그늘을 거둬내야 한다"고 말했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제주도지사 의지의 문제다.

일부 제주도민들이 '잠들지 않는 남도' 곡을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이해라도 한다. 일부 극단적인 보수단체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반대를 한단 말인가.

중앙정부가 대놓고 해당 곡을 빼라는 지시가 있지 않고서야 제주도정이 이렇게까지 굴욕적으로 대처할 이유가 없다. 시한부 정권 눈치를 보고 있는 제주도정은 현 정권보다 더 무능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이러면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것인지 자괴감 마저 든다. 또, 이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엔 아직 한참 더 멀었음을 실감케 한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잠들지 않는 남도 - 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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