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감귤산업 잘 모른다던 오경수 예정자 "잘 될까?"
임기 3년 내에 성과낼지 '의문'... 그럼에도 인사청문 결과는 '적격'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예상대로 무난히 '통과'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31일 오경수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한 뒤 결과보고서에 '적격하다'고 결론지었다.

당초 부지사를 제외한 인사청문회가 여전히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이번에도 형식적인 요식행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인사청문회 자체는 '맹탕'이 아니었다.

제법 중요한 지적사항들이 도출되면서 오 예정자에 대한 사장 임명이 적절한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낳게 했다. 허나 그럼에도 도의회 환도위는 오경수 예정자를 도개발공사 사장 자리에 앉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오 예정자는 의원들의 각종 지적에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믿음을 주려 했지만 이 부분에서 오히려 오 예정자의 전문성이 도개발공사가 주로 맡고 있는 물 산업이나 감귤산업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받았다.

   
▲ 김경학 의원이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서 오경수 예정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의를 연거푸 쏟아냈다. ⓒ뉴스제주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우도면)은 "IT 전문가로 보여지는데 물 산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경력을 보면 능력은 있어보이지만 도개발공사 사장으로서의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며 "히딩크가 능력은 인정받지만 농구감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예정자는 "물산업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스포츠 경기에서)선수는 과장이나 부장이고 감독은 임원이다. 구단주와 단장 통해서 직접 선수를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관중을 동원하고 경기를 흥행있게 프로모션 하는 경험자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던 빠른 시일 내에 아이템을 숙지하면 될 일"이라고 자신의 능력을 어필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경영자로서의 능력과 자신감은 충만해 보이지만 민간기업이 아닌 공기업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에너지공사를 지원했어도 같은 답변을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이유를 대며 선출직 공무원을 꿈꾸지만 결국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이제까지 다 실패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지방을 얕잡아 본 태도가 오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 예정자는 "고교를 졸업한 뒤 쭉 서울에서만 살다보니 제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맞다"며 "절대 얕잡아보는 건 아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제주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 파악해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예정자. ⓒ뉴스제주

오 예정자가 "물 산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하자, 홍기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은 "그러면 여기에 왜 지원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 예정자는 "물의 속성을 잘 모른다는 의미일 뿐, 삼다수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엔 자신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홍 의원이 도개발공사의 물 관리 비전에 대해 물었고, 오 예정자가 향후 계획을 설명하자 홍 의원은 "그건 이미 개발공사에서 밝힌 내용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오 예정자는 "아직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엔 업무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기존 사업을 무시할 수 없어 수정 보완하는 차원에서 했던 답변이고 독단적으로 뭘 하겠다는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 예정자는 현재 도개발공사의 문제점으로 '사회공헌활동 사업'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이를 보완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다만, 오 예정자는 "제주의 읍면 곳곳을 다니면서 도민의견을 청취해서 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31일 오경수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했다. 청문 결과 '적격'으로 판정했다. ⓒ뉴스제주

이와 함께 늘상 의문 시 돼왔던 '사전 내정'설이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애초 공모 당시에 면접 대상자가 3명이었다가 2명이 사퇴해서 사전 내정설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건 예정자의 자질과 능력을 떠나 지사와의 특별한 관계들로 인해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예정자는 "그런 우려에 대해 알지만 사전에 어떤 언질은 절대 없었다. 서울에서만 40년을 지내다 제주에 온 거라 정치상황을 잘 모른다"며 "원희룡 지사와는 전기차 엑스포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서만 봤을 뿐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도개발공사 사장에 응모한 건 제 경력을 살려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지 언질을 받았거나 그런 건 없다. 이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식 의원(바른정당, 일도2동 갑)은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아는데 아니냐"며 향후 정치적 움직임을 대비하기 위해 사장에 응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오 예정자는 "한국정보산업보호협회 활동 시에 안철수 전 대표가 회장으로 있었을 때 제가 상임부회장을 맡았었고 그 다음 해에 회장을 맡아 같이 산업자원통상부를 찾아다니며 방문한 적이 있어 같이 사진도 찍고 하다보니 그렇게 보일 수는 있는데 정치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사기업과 공기업은 큰 차이가 있다"며 공기업을 처음 이끌게 될 오 예정자의 경영능력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오 예정자는 "공기업의 생리나 환경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하겠다"고만 답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하민철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 ⓒ뉴스제주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삼양·봉개·아라동)은 도개발공사의 맥주사업에 대해 질의했다.

안 의원이 제스피(맥주사업)로 적자를 보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오 예정자는 "맥주사업에 대해선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현황을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도개발공사의 장애인 채용 비율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조건인 3.2%를 겨우 넘은 수준이어서 이에 대한 확대 채용이 이뤄질 것도 당부했다.

하민철 위원장(바른정당, 연동 을)은 "사장에 취임하면 연봉이 대충 1억 이상 되는 걸로 안다. 그런데 개발공사 현장 최일선 근무자들의 이직률이 너무 높다. 봉급이 낮기 때문일텐데 원인조사 해봐야 할 것"이라며 임금 처우 개선을 주문했다.

또한 김경학 의원은 "오 예정자가 도민과 상생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는대 도내중소기업제품이나 기술인증제품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상생협력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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