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지 방식으로 추진된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 시작부터 잘못된 출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1일 자신의 임기 중에는 어떤 비난과 투쟁이 발생하더라도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원희룡 지사가 이러한 강경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줄어든 감보율로 인해 아라지구 시민들이 이용해야 할 공원이나 커뮤니티시설 등 도시기반시설들이 아직도 갖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고태순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11일 개회된 제350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지적한대로 아라지구 도시개발이 택지조성과 기반시설 공사를 분리 발주하면서부터 비롯됐다.

   
▲ 고태순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뉴스제주

고태순 의원은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준공됐지만 제대로 된 근린공원조차 없어 주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며 "도시기반 시설이 도시개발사업과 함께 준공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리 발주해버리면서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질타했다.

또한 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도시개발사업 특별회계가 통합돼 재원을 확보하게 됐는데도 올해 역시 근린공원에 대한 추진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애시당초 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원 지사의 설명에 의하면,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은 '환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지(換地) 방식이란 개발사업에 토지주가 토지를 수용해 준 뒤 사업이 완료되면 일정량의 토지를 다시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국가 주도의 개발사업은 보통 토지주들에게 공시지가로 보상해 준 뒤 토지를 수용해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토지주들은 개발되기 이전의 지가로 보상받게 되는데, 개발이 이뤄지고 나면 자신의 토지였던 곳의 지가가 수직상승하게 된다. 이 때문에 도시개발사업 부지의 토지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를 완화하고자 정부는 지난 2014년에 역세권법을 개정하고 '환지 방식'을 도입됐다. 환지 방식으로 토지를 수용해주고 난 뒤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토지주는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환지로 돌려받는 토지는 상업용지의 용적률이 1500%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땅값이 수직상승한다.

허나 수용했던 토지 100%를 돌려받을 순 없다. 토지주도 이익을 누리는 대신 개발사업에 따른 부담으로 보류지를 내놔야 한다. 국가는 보류지를 제외하고 돌려줄 토지비율을 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감보율(토지부담율)이다.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토지주들은 53%의 감보율을 적용받았어야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48%로 줄어들어 버렸다. 5%의 면적이 줄어들게 되면서 근린공원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지을 땅이 부족해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원 지사는 "사업계획 자체가 적자인 상황에서 출발 자체부터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앞으로 자신의 임기 중에는 아라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뉴스제주

원 지사는 "이익은 토지주들이 가져가고 기반시설의 부담은 행정에게 떠넘겨졌다"며 "행정의 예산은 계획대로 쓰여져야 하는 건데 지금 상황에선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고 결국 피해보는 건 아라지구에 입주한 주민들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원 지사는 "해결이 힘들어서 아라지구와 노형, 도남지구의 도시개발 특별회계를 합쳐버렸다. 다른 지역에선 토지를 더 많이 내놨기 때문에 아라지구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양보하는 쪽이 피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미 지나버린 일이어서 이제와서 누구를 탓할 순 없고 피해를 보게 된 주민들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쓰여져야 할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아라동 주민들은 노형과 도남동을 비롯 지방세를 내는 다른 제주도민 모두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토지주들의 부담에 대해선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어느 적정선에서 조화가 돼야지 반대 목소리에 따라가서 하다보면 아라지구와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제가 도지사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식의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원 지사는 "그래도 아라지구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해결은 해야 하고, 감보율 5%를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는데 이걸 메꾸기 위해 예산이 쓰여져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어서 시정해 나가는 거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정은 다른 지역의 도시개발 특별회계를 아껴써서 우선 아라지구의 기반시설 조성공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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