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환경에 버젓이 노출돼 있는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학교 보호구역 내에 47곳 유흥주점과 18개소의 숙박업소 버젓이 영업 中

삼성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길에 '무인텔' 영업이 이뤄져 학부모들이 13일 기자회견에 나서며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삼성초 학부모들은 학교주변에 이러한 시설들이 난입해 있는 상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학부모들끼리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이렇게 모인 31명의 학부모들은 '(가칭)올바른 교육환경, 깨어있는 학부모모임(대표 김이승현)'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학부모 모임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초와 광양초등학교 인근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나 현재 이 지역에 47곳의 유흥 및 단란주점과 18개소의 숙박업소가 운영 중에 있다.

   
▲ 삼성초등학교 31명의 학부모들로 결성된 '(가칭)올바른 교육환경, 깨어있는 학부모모임(대표 김이승현)'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의 통학로만큼은 학교 유해환경 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뉴스제주

이 자료는 지난해 발간된 '아동·청소년 이동경로에 따른 성매매 가능업소 실태조사 및 정책마련 토론회' 책자며, 이 자료에선 2015년 기준으로 도내 유흥·단란주점 1431개소 중 무려 500개소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2015년에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환경 시설에 대한 금지 해제율은 무려 100%였다. 이는 관련 심의위원회가 학교 유해환경 업소의 영업허가를 100% 허가해줬다는 얘기다.

이렇게 법망을 피해 학교 유해업소들이 영업할 수 있게 된 이유는 해당 관련 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유흥가가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규사업자(계속사업자)는 종전의 영업 형평성과 재산권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영업심의를 통과해 영업 중에 있다.

이날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한 '무인텔'은 종전에 여관으로 운영 중이던 곳이었으며 올해 1월께 무인텔로 리모델링되면서 영업이 이뤄졌다.

허나 이 무인텔은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저촉받는 교육환경보호구역 200m 이내에 있지는 않다. 삼성초로부터 정확히 210m 거리에 있다. 현행 법 상 보호구역 밖에 있어 심의위원회에선 영업허가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바로 10m에 있다. 골목길도 아니고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큰 길에 위치한 곳이라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초등학교로 향하는 도로 인근에 '무인텔'이 들어서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진입로 맞은편 왼편이 CGV 건물이며, 모자이크 된 건물이 올해 초 무인텔로 변경된 건물이다. 해당 건물은 삼성초로부터 210m 거리에 있다. ⓒ다음 로드뷰 화면 캡쳐.

교육환경보호구역엔 절대정화구역과 상대정화구역이 있다.
절대정화구역은 학교 정문으로부터 50m 이내이며, 이 영역에선 술을 파는 업종이 절대 들어설 수 없다. 반면 상대정화구역은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 영역을 뜻하며, 유흥주점 등 유해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심의위원회에서 학교보건위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제한적으로 들어설 수 있다.

학부모들은 "물론 이미 들어서 있는 47곳의 유흥주점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주 통학로만은 지켜야 되지 않느냐 하는 점"이라며 "기계적으로 200m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보호구역이 설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학부모들은 6개의 요구사항을 담은 탄원서를 제주도청과 시청, 경찰청, 교육감 등 도내 7개 관련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해 학교 주변 환경을 정화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학부모들이 요구한 6개 요구사항은 ▲학교 주변 영업실태에 대한 위법성 조사 실시 ▲심의위원회의 심의내용 학부모들에게 공개 및 학교 인근 유해시설 감축계획안과 청소년 이동경로 정비안 마련 ▲합동단속반 상설화 ▲경찰청과 지차경찰단의 월2회 이상 상시 단속 ▲교육환경보호조례 제정 촉구 ▲무인텔에 대한 법적 규제 조항 신설 등이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에선 비만 방지를 위해 아이들로 하여금 걸어다니라고 독려하고 있는데 정작 아이들이 보행할 거리엔 유해업소가 진을 치고 있는 모순을 어찌해야 하느냐"며 "아이들을 위한 학습권, 건강권, 교육환경권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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