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제주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미수습자 및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뉴스제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았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선체가 뭍으로 올라왔지만 진실은 여전히 인양되지 못한 채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 

2014년 4월 16일, 꽃 같은 아이들은 수학여행지였던 제주에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실종된 9명의 아이들과 교사들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고 차가운 바다의 물거품에 갇혀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제주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미수습자 및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제주416기억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416기억위원회, 제주세월호참사대책회의(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관한 '사월꽃 기억문화제'가 16일 오후 제주시청과 탑동 야외공연장 일원에서 진행됐다. 

   
▲ 제주416기억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416기억위원회, 제주세월호참사대책회의(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관한 '사월꽃 기억문화제'가 16일 오후 제주시청과 탑동 야외공연장 일원에서 진행됐다.  ⓒ뉴스제주
   
▲ 이 자리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김수열 시인, 임문철 신부, 교사 및 학생,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뉴스제주

이 자리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김수열 시인, 임문철 신부, 교사 및 학생,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관현악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위원장의 인사말씀에 이어 임문철 신부의 추모사, 원희룡 지사의 인사말씀, 김수열 시인의 헌시 낭독, 4.16 영상상영, 답사(유가족), 순으로 진행됐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를 대신해 참석한 임문철 신부는 추모사를 통해 "1912년 4월 15일 처녀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해 1514명의 승객이 희생됐고 이후 항해하는 세계의 모든 선박들이 구명조끼를 반드시 구비하는 관례가 생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임 신부는 "세월호 304명의 승객들은 구명조끼가 있었음에도,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 없는 희생을 당했다. 이는 국가의 시스템이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무질서와 무책임과 혼돈으로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날 행사는 관현악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위원장의 인사말씀에 이어 임문철 신부의 추모사, 원희룡 지사의 인사말씀, 김수열 시인의 헌시 낭독, 4.16 영상상영, 답사(유가족), 순으로 진행됐다. ⓒ뉴스제주
   
▲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를 대신해 참석한 임문철 신부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제주

또한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 혼돈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고 여전히 뒤엉켜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기는 했지만 정부측의 비협조와 방해, 몰지각한 사람들의 조롱과 비판으로 조사를 시작하다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전 4월 16일 사고지점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시계 바늘은 멈춰버렸다. 3년이 경과해 만신창이가 된 세월호가 겨우 육지로 돌아왔다. 세월호는 이제부터 진상규명을 시작하라고 자신의 벌거벗은 알몸을 대낮에 드러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있고 해양수산부도 있고 해경도 있고 해군도 있는데 파도도 없는 대낮에 여객선이 침몰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뒤엉켰는가를 차근차근 밝혀내라고 세월호는 부끄러운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세월호는 우리 모두에게 대한민국을 정의롭게 평화로운 세상으로 리모델링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돈과 권력이 사람 위에 군림하고 힘없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불공평한 세상으로부터 사람이 더 존중받고 공평한 세상으로 리모델링하라고 세월호는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월호의 초대에 성실하게 부응하고 살아남은 이들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세월이 가도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말고 우리 기억을 이어가야 한다. 기억은 우리를, 우리의 삶을 심화시켜 준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제 현장. ⓒ뉴스제주
   
▲ 원희룡 지사가 단상에 오르자 일부 객석에서는 원 지사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뉴스제주

이어 원희룡 지사는 "오늘 우리는 3년 전 제주로 향하던 이들을 기억하며 이 자리에 모였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희생되신 분들께 삼가 머리 숙여 깊은 추모를 올린다.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 지내온 유가족과 아직도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오신 생존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원희룡 지사가 단상에 오르자 일부 객석에서는 원 지사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원 지사는 "3년 전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졌던 제주에는 오늘 노란 리본과 함께 노란 유채꽃 향이 천개의 바람으로 흩날리고 있다"며 "그동안 세월호는 뭍으로 드러났고, 우리 마음속에 그리움도 더욱 짙어졌다"고 회고했다. 

원 지사는 "이제 우리에게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안전한 제주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제주, 평화롭게 공존하는 제주를 위해 마음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오늘의 추모제가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새롭게 해 행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더욱 밝히는 깊은 울림의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다시 한 번 희생자 앞에 그리움의 사월꽃을 올리며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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