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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1동주민센터 김민석


무덥다는 말도 무더운, 매미도 지쳐 울지 않는 그런 여름 어느 날이었다.
 때마침 에어컨도 고장이고, 연세 많으신(?) 선풍기만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필자와 고군분투하던 시간,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꼬마 민원인 한 분이 방문했다.
 “무슨 일로 왔어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힌 소년이 대답한다.
 “저기, 요 앞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주인 좀 찾아 주시면 안돼요?”.
 지갑 속에서 꼬깃꼬깃 접어진 5천 원짜리 지폐 두 장과, 빛바래고 오래된 흑백 사진, 마사지 회원권으로 보이는 종이 몇 장들 뿐, 분실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신원 확인이 안 돼 주인을 찾아주기 힘들 거 같다는 설명을 하고 돌려보내려는 순간, 지친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께서 잃어버린 물건은 꼭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했는데...”.
 가슴이 먹먹해진 필자는 반드시 주인을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하고 그 분(?)을 돌려보냈다.
 한참 동안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소년과의 약속도 희미하게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잊혀 질 무렵, 중년의 민원인 한 분이 필자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혹시 지갑 하나 습득돼서 들어온 거 없나요? 돈은 얼마 안 들었지만 제게 소중한 물건이 들어 있는 거라서, 혹시나 하구요”.
 소년의 바로 그 지갑을 보여 드렸고, 본인의 물건이 틀림없다며, 또 그 귀중한 물건은 다름 아닌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유일한 젊을 시절 사진이라며 감사의 말씀을 계속 하신다.
 그 분께 꼬마 민원인의 얘기를 들려 드렸고,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며 가실 때까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필자 자신도 모를 묘한 성취감과 작지만 크게 자아 신장(?)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불현듯 환하게 웃음 짓는 소년의 얼굴이 스치는 것은 필자의 예민한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거짓처럼 흔히들 말하는 청렴, 정직은 공염불이 아니라 바로 우리 현장 속에 숨 쉬는 그런 가치였음을 소년의 정직한 마음이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나의 큰 스승이자 가르침인 작은 소년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 꼬마 민원인분, 넌 정말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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