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사회를 시작으로 새해를 맞이한 것이 얼마 전 같은데 어느덧 12월 중순이 되었다. 사무실 벽면에 덩그러니 남은 한 장의 달력만이 올 한해 계획했던 일이 잘 마무리 되었는지, 후회 없는 생활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내온 나날 속에서 진정 마음으로 웃으며 행복을 느꼈던 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입가에 쓴 웃음이 감도는 걸 보니 행복했던 시간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혹자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좀더 안정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마음이 그래서인가 행복하다고 느끼기보다는 내 자신의 부족함에 오히려 여유를 잃고 산 느낌이 강하다.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어린시절 설날 선물로 받은 운동화 한 켤레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와서 생각해보면 소소하기 그지없지만 그때는 천하를 얻은 듯한 만족감으로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작지만 자족(自足)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믓한 상태라고 했다. 만족과 기쁨을 누리는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은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과 건강․재산․인간관계 등의 생존조건 그리고 야망․자존심․기대 등 고차원상태를 포함하는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즉, 행복의 기준과 조건은 각 개인마다 다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다.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기적인 누림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함께 하는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관한 명언 중에 한 시간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하루를 행복하려면 낚시를 하고, 한달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일년을 행복하려면 상속을 받고, 평생을 행복하려면 베풀어라는 말이 있다.

작년과 올 해 같은 과 동료들과 함께 노인복지관에서 무료급식봉사를 했던 경험이 떠오르면서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우리에게는 지극히 작은 베품이었지만 배식하는 손길이나 받는 손길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처럼 나눔으로써 함께 하는 행복은 경험하지 않은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소중한 선물과 같은 기쁨이며 감동이다.

이제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직장이나 단체에서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가지는 기축년 세밑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불우이웃돕기나 복지기금으로 지출한 기부금이 지난해보다 급격히 적어졌다고 한다.

제주지역에서도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는 온정의 손길이 뜸해져 겨울나기가 힘들어 질것이라고 했다. 이는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시설 후원자가 줄어들고, 공직선거법으로 공직사회 기부문화가 위축됨에 따라 기부액이 함께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이때 필요한 건 나누는 마음이다. 작은 것일지라도 함께 나눈다면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될 것이며, 작지만 큰 감동이 울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가 만들어 가는 창작품이다.

그리고 그 주인은 바로 내 자신이므로 모두가 나눔을 통한 행복으로 올 한해 유종의 미를 거두어 행복과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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