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자본검증 의혹에 사업자 실체 서서히 드러나나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지구 위치도. ⓒ뉴스제주

제주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무려 6조 28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관광개발사업이다.

사업부지 면적만 357만 5753㎡(108만 1665평)인데 얼마나 넓은지 쉽게 가늠조차 힘들다. 이러한 초거대 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시행자가 JCC(주)라는 국내 사업자다.

대개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개발사업은 1개 기업이 맡을 수 없기에 여러 회사들의 합작법인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나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컨소시엄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며, 현재로선 JCC라는 기업이 맡아서 하는 사업으로만 돼 있다. 중국이나 홍콩 자본의 큰 손도 아닌, 그렇다고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국내 대기업도 아닌, 단일 회사가 어떻게 6조 28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투입할 수 있을까.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그래서 JCC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고, JCC를 향한 자본검증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의 경관축. ⓒ뉴스제주

# JCC의 대표이사는 중국인, 지분 51% 소유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17일 '제주 오라 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증에 나서고자 했다.

하민철 위원장이 총대를 맸다. 하 위원장과 백율학 JCC 개발본부사장 간에 주고 받은 질의응답에 따르면, 우선 JCC(주)의 현재 대표이사는 박영조가 아니라 '왕 핑 후아'라는 중국인이 맞다.

애초 JCC의 대표이사는 박영조였다. 지난해 12월에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백율학 사장은 "처음엔 박영조 회장이 모든 법적 권한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 왔는데 자본검증과 신뢰성 문제 등에 대해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부딪혀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화륭자산관리공사'와 협의해서 지분을 양보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대주주인 화륭자산공사의 책임자가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그에게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 사장은 "현재로선 박영조 회장이 인허가와 건설, 운영, 마케팅 등 모든 권한을 왕 핑 후아로부터 위임받아 100% 증권 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JCC의 현재 실제 주인은 대주주인 왕 핑 후아이며, 그는 화륭자산관리공사의 홍콩담당 지역본부장이면서 JCC 지분의 51%를 갖고 있는 '하오싱'사의 대표이사다. 하오싱社는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하민철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바른정당, 연동 을). ⓒ뉴스제주

백 사장은 화륭자산관리공사에 대해 "2016년 재무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244조 원이고 예금도 26조 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의 자산관리공사"라며 "거기서 모든 외부 사업을 맡고 잇는 사람이 왕 핑 후아"라고 말했다. 흔히 국내에선 '공사'라고 하면 공기업을 뜻하지만 중국에선 그냥 민간기업이다.

화륭자산관리공사에 대해선 이 같이 설명했지만, 백 사장은 JCC의 나머지 지분인 49%에 대해선 함구했다.

나머지 49% 지분에 대해 백 사장은 "박영조 회장과 관련된 상장 회사"라며 "아직 저희가 사업허가를 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에 하민철 위원장이 "인허가 받으려면 그 실체가 드러나야 할텐데 그 때도 감출 것이냐"고 물어도 백 사장은 답하지 않았다.

백 사장은 "최대주주가 모든 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된다"고 응수했다.

하 위원장이 "도민사회에서 불신으로 커져 가고 있다. 도민 알권리 차원에서 이걸 해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에 나서자, 백 사장은 "지금 시점에선 곤란하고 별도 협의할 때 모든 자료를 오픈하겠다"고 답했다.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주변 오름 분포도. 빨간색 영역이 사업부지다. ⓒ뉴스제주

# JCC의 대주주는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하오싱社

이와 함께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있다는 하오싱 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하오싱 사의 자본금이 현재 약 900여 억 원이라고 백 사장이 답하자, 하 위원장은 "처음엔 20억 원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늘어난 것이냐"고 물었다. 백 사장은 "6차례에 걸쳐 계속 자본을 증자하면서 정상적으로 외환관리법에 의해 자본이 들어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하 위원장이 "버진아일랜드가 조세회피처라는 점 때문에 '먹튀'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백 사장은 "외부에 발표할 수 없는 사항이지만 필요하다고 하니 밝히겠다"며 "지난해까지 1400억 원, 현재까지 1800억 원이 투자됐다. 하오싱 사의 자본금이 949억 원이라고 해서 그 이내에서만 사업을 하란 법은 없다. 다만 6조 2800억 원의 사업을 한 회사가 못하기 때문에 최대주주로 화륭자산관리공사를 선택한 거고, 그 회사로 하여금 자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영조 회사의 49%와 함께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하오싱 사의 주주들이 자본금을 마련하고, 박영조 회장의 회사들이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맡게 된다는 얘기다. 하오싱 사가 버진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에 자본금의 출처가 '검은 돈'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게 된다. 또, 박영조 회사들이 어떤 회사인지도 현재 아는 바가 없다.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토지이용계획도. ⓒ뉴스제주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자 JCC(주)의 사업비 투자계획

백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2015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로 2조 9972억 원이 투입된다. 2단계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조 5800억 원, 3단계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1조 7026억 원이 나뉘어져 투자된다.

1단계는 호텔과 마이스(국제회의장), 2단계는 골프장과 테마파크 등의 상업시설, 3단계에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두고 백 사장은 "당해년도 건설비 중 50%를 투자자가 사전에 예치시켜서 공사하겠다는 조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먹튀 논란은 방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총 사업비 6조 2800억 원 중 1800억 원이 투입됐다. 4조 1970억 원이 건설비로 사용되고, 계획 1차년도에 1226억 원, 2차년도에 6000억 원 등을 들여 공사가 추진되면서 6년에 걸쳐 분산 투자된다. 나머지 2조 원 가량은 콘도미니엄이 분양되면서 발생한 수익금과 자기자본비율로 충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그 외 사항인 사회적 공헌 기여 부분이 매우 적다. 추후에 보완 요청할테니 세밀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날 동의안 심사를 다음 회기로 넘겼다.

   
▲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시설배치계획도.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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