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3 추념식 70주년 때 '잠들지 않는 남도' 부를 수 있어야 '주문'

5월 18일, 9년여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이에 이와 비슷한 성격인 '제주4.3' 추념식에서도 그간 불러져 오다 2015년부터 공식 제창에서 제외된 <잠들지 않는 남도>가 공식적으로 불러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내년 70주년 행사에선 다시 <잠들지 않는 남도> 추모곡이 제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제주

이 곡은 가수 안치환이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밴드 시절 1989년에 작사·작곡한 민중가요다. 가사는 제주4.3사건의 고통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4.3희생자 추념식 행사에서 4.3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공식 노래로 불려져 왔다.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불려져 오다가 지난 2015년 행사 때부터 제외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도 제외되면서 다른 2곡이 불렸다. 올해는 '빛이 되소서' 단 한 곡만 부르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의 정권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3일에 개최된 제69주년 4.3희생사 추념식에서도 결국 이 곡은 제외됐다.

이를 두고 '죽은 정권에 눈치보는 도정'이라는 등 말이 많았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 행사에서 그간 보수정권에 의해 억제돼 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공식석상에서 불려짐에 따라 제주4.3 추념식에서도 <잠들지 않는 남도>가 제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내년은 70주년이다.

   
▲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 ⓒ뉴스제주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이 18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충홍)가 조례안 2건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논외로 이 문제를 짧게 거론했다.

이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추모하는 행사에서 불러졌다. 4.3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못 부르는 것이 논란이 돼 왔는데 내년 70주년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 시기부터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 의원은 "'잠들지 않는 남도'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아는 분들이 적을 수 있다"며 "'잠들지 않는 남도' 곡에 4.3의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그러한 계획을 알리고 상징성 있는 노래들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학 제주특별자치도 기획조정실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리진 않았다.

김 실장은 "제주4.3추념식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됐고 내년 70주년이기 때문에 범국민적 차원의 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며 "이곳에서 여러 가지 사항들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물론 그곳에서 총괄적으로 준비하겠지만 도 행정에서 의지를 갖고 내실있게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1980년)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에 작곡된 노래다. 매년 유족과 시민들이 불러오다, 1997년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되면서 정부에 의한 대표 추모곡으로 불러져 왔다.

그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부터 공식 식순에서 제외됐고, 식전 행사로 밀렸다. 2011년부터는 제창이 폐지되고 합창단의 공연에 삽입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선 이 곡을 아예 대체할 새로운 곡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가 5.18 관련 단체들이 이에 반발했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자마자 올해 곧바로 다시 공식석상에서 제창됐다. 이를 보면 내년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선 '잠들지 않는 남도' 곡이 다시 공식 제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잠들지 않는 남도>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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