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조카 살인사건' 판박이…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재판부 의견서·국민서명운동 돌입'

   
 

돌을 갓 지난 딸을 마구 때려 살해한 아버지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되자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당초 경찰은 아버지 홍모(25)씨를 상대로 조사 초기에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가, 여아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미필적으로 나마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해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법정에 세웠다. 

가해자인 홍씨가 지적장애 2급인 만큼, 살해에 대한 고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제갈창 부장판사의 심리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홍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홍씨는 지난 3월 30일 새벽 어린 딸이 울고 보채자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가해자인 홍씨가 범행을 인정한 만큼 눈에 띌만한 쟁점은 없었다. 

다만 가해자 변호인은 홍씨가 지적장애 2급인 점을 감안해 '치료감호'를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범행인지는 정확하지 않다"며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정신감정이 이뤄지려면 통상적으로 두달 이상 소요되는 만큼, 다음 재판 기일은 7월말이나 8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법정에서는 '아동학대 피해가족 협의회' 서혜정 대표가 제주에 내려와 재판 과정을 참관했다. 이 단체에서 아동학대 피해 문제로 제주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대표는 <뉴스제주>와 인터뷰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친부의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 자기 방어와 말도 못하는 14개월된 딸을 집어던지고, 발로 밟아 아이의 두개골을 골절시켜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아버지가 지적장애 2급이라고 해도, 옳고 그름을 변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과 비교해도 공감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왜 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는지 이해가지 않는다. 공소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새 정부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정신감정을 청구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다. 다음주 초에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에 살인 혐의로 공소를 변경할 것을 권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에 비춰볼 때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 만약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징역 10년 형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재판에서도 징역 10년이 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18일) 열린 나주 조카 살인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도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7년을 유지했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 아동복지법위반 외에 살인 혐의까지 적용됐지만 형량은 그리 높지 않다. 

피고인인 이모가 지적 수순이 일반인 보다 떨어지고, 조카를 키우면서 양육 스트레스로 충동적으로 범행한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주 조카 살인 사건은 오늘 제주 재판 사건과 아주 흡사하다. 가해자인 20대 이모 역시 지적장애(3급)자다.  

이모는 3살인 조카가 대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 조카가 의식을 잃자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폭행 흔적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추궁 끝에 이모는 범행사실을 시인했다.   

제주 사건의 피해 여아도 폭행 피해로 숨을 쉬지 않자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이의 몸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추궁끝에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재판부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 평가 기준이 '형평성'과 '판례'인 만큼, '나주 조카 살인 사건'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형량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서 대표가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갈수록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잔혹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살인죄로 변경하기 위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고, 단체 회원들이 피켓 운동과  전 국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살인 혐의로 공소를 변경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아동학대 피해가족 협의회는 계모에게 폭행당해 숨진 서현이의 친모, 10년 전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로 숨진 성민이 아버지를 비롯해 칠곡 계모 사건, 서울 조선족 계모 사건, 광주 돌보미 폭행사건 등 피해자 가족으로 구성됐다. 

협의회는 ▲ 피해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 개발 ▲ 피해 가족 경제적 지원 ▲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피해자와 가족 인권 보호 ▲ 법률 지원 연계 ▲ 아동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 등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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