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청렴'을 외치던 제주 공직사회가 최근 잇따른 공직 비리로 인해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최근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체육비리에서는 시장과 부시장, 국장, 계장, 과장, 사무관, 무기계약직 등 최고 행정 책임자에서 하위직 공무원까지 모두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총체적인 공직 비리'사례로 꼽힌다.

교량 관급자재 납품 비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국장 출신 공무원이 퇴직 후 유착업체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브로커 역할을 했다.

전·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관피아'가 형성돼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납품비리는 물론 도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교량 관급자재의 질을 저하시켜 대형사고를 유발할 여지도 크다.

교량 비리에 연루돼 구속 상태에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전현직 공무원은 5명이며,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 등도 2명이 있다.

업체 관계자가 금품수수를 빌미로 공무원을 협박해 계약을 수주하거나 1억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하기도 하는 등 교량 관급자재 납품을 둘러싼 복마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 중에는 제주시 해당 부서에서 제주도청 청렴감사실로 이동해 근무하던 중 구속되자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잇단 비리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일벌백계 하겠다"고 했고, 고경실 제주시장은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전임 도정과 시정 당시에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를 관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업체관계자들은 공무원을 상대로 평소 명절 떡값, 선물 등으로 지속적 유착관계를 형성했고, 담당공무원들은 공사 발주시 특정업체에 '공사 밀어주기' 후 거액의 금품을 그 대가로 수수했다.

체육비리 역시 행정 최고 책임자인 시장이 횡령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했다. 이런 점으로 인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0년동안이나 조직적인 횡령이 이뤄졌다.

제주에는 특유의 '괸당 문화'라는 것이 있다. 혈연과 학연, 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보니 연고와 온정주의가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부작용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지도 어느덧 7개월이 넘었다. 공직사회의 청렴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스템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교량비리를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악의성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갑작스런 제주 이주 열풍으로 경제와 개발은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시스템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량 형식 선정의 경우 타 지역의 경우 교량 형식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지만, 제주는 아예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설치한 후 사실상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 문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아무리 청렴을 강조하고 진실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행정에서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리로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모든 공직자가 책임과 의무, 행동강령을 준수에 정성을 다하겠다"는 행정의 약속이 지켜질지 공염불이 될지 모두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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