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 "합의 안 됐다"며 거부했는데도 道 1차 추경 예산에 반영

제주특별자치도가 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발생한 강정마을의 갈등해소를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과 의견 조율이 안 되고 있다.

특히 제주자치도는 '강정어울림한마당 축제 행사'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타 시도 사례조사'가 원만히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강정마을 주민들은 합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 ⓒ뉴스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충홍)가 6월 20일 속개한 제5차 회의에서 강경식 의원(무소속)은 강정 문제를 추궁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오늘 한·미·캐나다 연합해상군사훈련으로 미 군함이 강정항에 정박하는 것으로 아는데 원래 제주해군기지는 대항해군, 남방수송로 확보 차원에서 지은 거다. 그래놓고선 벌써 2번째 미군함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강정마을 갈등은 10년째 계속 이어지면서 잡혀가고 벌금 폭탄 맞고 구상권 청구 상황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새정부 들어서서 구상권 청구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곤 있지만 아직도 강정마을에선 그간의 억울함에 대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강정마을에선 적어도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조사 없이는 갈등해소나 공동체 회복이 힘들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강정어울림한마당 축제 행사가 합의됐다고 하는데 어제 확인해보니 열 계획이 없다더라. 합의된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대천동을 통해서 마을회, 청년회 등과 협의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어제 마을회장과 부회장에게 확인해보니 전혀 합의된 바가 없다더라. 합의도 안 된 걸 가지고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며 "예산만 반영해서 억지로 뭔가 되는 것처럼 보일려고 하지 말고 좀 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강 의원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타 시도 사례조사 가는 건 공무원들만 가는 거냐. 마을주민들은 갈 생각이 없다던데"라며 이 사안도 협의된 것인지를 물었다.

도 관계자가 "협의할 때는 평택이나 경주에 갈 것으로..."라고 말했으나, 강 의원은 "찬성주민들만 데려갈 건지 모르겠지만 강정주민들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도 관계자가 "마을회 임원들과 협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으나 강 의원은 "예산심사 끝나면 통화해서 확인해보라"고 받아쳤다.

   
▲ 한·미·캐나다 연합해상훈련을 위해 제주민군복합항(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군의 이지스 구축함 듀이(Dewey)호. ⓒ뉴스제주

이에 <뉴스제주>가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강정어울림한마당 축제 행사는 합의가 안 된 것이 맞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타 시도 사례조사 견학은 행정과 긍정적으로 협의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권일 부회장은 "구상권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황에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찬반 세력이 함께 한 자리에 모여 뭔가를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부회장은 "다만 해당 예산이 만일 통과되면 그런 곳에 쓰지 말고 강정마을에서 필요한 사업에 쓰이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하긴 했다"며 "이를테면 생명평화 마을기원을 위한 해맞이 행사 등에 지원되기를 바라긴 했지만 지금 시점에선 어울림한마당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동체 회복 사업으로 추진되는 타 시·도 견학 건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 부회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하에서 구상권 청구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알 수 없는 때였다.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사업으로 추진된 사례를 찾아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정기총회 때 안건으로 논의해 추진키로 했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부회장은 "평택이나 경주의 주민들이 원한 건 무엇이었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갈 예정"이라며 "여기엔 공동체 회복사업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위원들만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강정마을회는 20일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미 듀이(Dewey) 이지스구축함 제주해군기지 입항 거부, 한·미·캐나다 해상연합군사훈련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제주

허나 고 부회장은 "아직 강정주민들이 원하는 사업들은 정작 추진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 부회장은 "주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거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업, 마을자산을 키울 수 있는 사업들을 제안했었지만 행정에선 그럴 때마다 항상 난색을 표했다"며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거나 한 부서에서 추진하기엔 힘들다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모두 피해나갔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행정이 원하는 사업에 발 맞춰 줄 필요가 있나 싶어졌다"고 말했다.

또 고 부회장은 "결국 예전부터 있던 주변지역발전계획 몇 가지를 실행시켜 놓고 우리더러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생색내기 사업으로 짜맞춰가려는 것 같기만 하다"며 "계속 이렇게만 추진되면 우리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자치도는 강정마을 갈등해소 및 공동회 회복 사업을 위해 오는 6월 22일에 강정마을회에서 설명회를 갖는다.

강정마을회는 설명회를 듣고 난 뒤, 마을총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총회를 열어 행정의 제안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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