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과 함께 행정구역을 제주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4개로 조정하는 권고안을 원희룡 지사에게 제출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도민들이 행정시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일부 진전된 점은 있지만 사실상 도민들이 선출한 시장이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행개위 권고와 관련해 근본적으로는 법인격이 없는 직선제는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주의 특색에 맞는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가 확대되고,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주특별법에 자치조직권 특례 규정을 두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하는 안을 원 지사에게 제출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10일 성명을 내고 "지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풀뿌리 지방자치는 오히려 후퇴했다. 제왕적 도지사의 폐해를 줄이고 풀뿌리 지방자치를 회복하기 위해선 행정시장 직선제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격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제주특별법에 자치조직권 특례 규정을 두어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제주 국회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개헌에 맞춰 행정체제 개편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주민자치연대는 "원희룡 제주도정 역시 논의 중단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우리는 개헌이 제주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중단할 만큼 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개헌은 개헌대로,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체제 개편대로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제주씨올네트워크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행정시장 직선제는 우근민 전임 지사 시절 추진하다 좌초된 안이다.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주민참여가 퇴보했다면 기초자치를 다시 실시하는 것이 마땅한 일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은 행정시장직선제가 아니라 기초자치제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문제는 기초자치제로 갈 경우 기초자치 행정구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뜨거운 감자로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폭넓은 도민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에는 제주도, 제주도의회, 지역 국회의원 3자 회동이 열려 행정체제 개편 등의 문제를 다룬다. 이때 섣부른 행정체제 개편 논의 보다는 자치조직권 부여라는 대통령 공약사항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지혜를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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