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카지노 이전 확장에 제재할 법적 근거 없어
원희룡 지사 "막을 방법 없어..." 사실상 이전 시인, 관광진흥법 개정 시급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란딩 인터내셔널이 오는 10월에 카지노를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그간 꾸준히 "국제적 수준으로의 제도 정비 이전엔 신규 카지노 허가는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었기에 신규 카지노 시설로 허가받아 들어오는 건 아니다.

하얏트리젠시 제주호텔에 있는 카지노가 옮겨 간다.

이를 위해 란딩 그룹은 지난 2014년 4월경에 하얏트호텔 제주와 그 안에 있던 카지노 영업권까지 모두 인수했다. 카지노 신규 허가는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득해야만 가능하지만, 이전일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 하얏트리젠시 제주호텔에 있던 카지노가 신화역사공원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제주자치도는 19일 이를 막아설 법적 근거가 없음을 시인했다.  ⓒ뉴스제주

현행 관련 법 상 제주에서 카지노 영업권을 이미 갖고 있는 란딩 그룹의 장소 이전을 신청할 경우엔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 카지노 이전에 대한 규제조항이 제주특별법이나 관광진흥법에 없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려면 이 법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에 제출된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안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특별법을 뜯어고치려면 시간이 더 걸리기에 국회의원들의 개별 입법으로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김태석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은 7월 19일 개회된 제35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출석한 원희룡 지사를 불러 세워 긴급 현안질문을 제기했다.

김태석 의원이 "란딩에서 변경허가를 신청하면 이걸 안 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자, 원희룡 지사는 "현재 법에선 양도양수나 이전에 대한 제한이 없다"며 사실상 신화역사공원 내 카지노 오픈을 막을 수 없음을 시인했다.

허나 원 지사는 "현행 제도 상에선 불허를 내릴 수 없지만 신청이 들어오면 자세히 들여다보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여러 제재를 동원할 순 있다"며 "지역의 영향을 검토하면서 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김태석 제주도의원은 19일 란딩의 카지노 이전 문제와 관련해 원희룡 지사에게 긴급 현안질문을 제기했다. ⓒ뉴스제주

그러자 김 의원은 "신화역사공원 내 이전이 허가되면 제주도내 나머지 다른 카지노 사업장들도 형평성을 운운하며 변경허가 신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공사 진행 중인 드림타워나 신화련 금수산장에도 카지노가 (이전으로)들어서게 돼 카지노 시장이 과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원 지사는 "아직 란딩으로부터 접수받은 건 없지만 신청하면 안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점차 제도화되는 감독권을 발휘해서 제재를 가하게 되면 많은 분쟁이 발생하게 될 거다. 때문에 이걸 제도적으로 바로잡으려면 제주특별법과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내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8개다. 전국에 16개의 외국인 카지노가 있는데 제주도가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주도내 전체 매출은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낮다. 8곳 다 합쳐도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한 해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허나 8개 가운데 6개가 하얏트(람정)처럼 외국계열 회사에 인수됐다.
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가 이전 확장되면, 자본력이 막강한 다른 5개의 외국계열 회사가 소유한 카지노도 확장 이전하게 될 것이 분명해진다.

관련 법에 의하면 기존 사업장에 중대한 변화(이를테면 대규모 확장)가 있을 때엔 신규허가에 준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규정이 명확치 않아 분쟁소지가 다분한 상태다.

이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 시급한 상태다. 허나 당장 신화역사공원의 경우가 문제다.

김태석 의원은 "제주가 처한 카지노 문제는 제주도만의 특수한 문제다. 관광진흥법은 보편성을 지녀야 해서 정부가 이를 수용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카지노 제도를 개선해 국제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정부도 알고 있다"며 "전국 수준에서 반영하기 힘들다면 제주에서만이라도 시범 시행하겠다고 건의했지만 문광부에선 신중한 입장이어서 제주에서 그간 연구해 왔던 것으로 추진하려는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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