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수준으로 특별자치도 완성하겠다던 정부 의지는 어디로...
정부에 제출된 90개 제도개선 과제 중 알맹이 빠진 채 42건만 반영

정부에 제출된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가 '앙꼬없는 찐빵'으로 전락됐다.

총 90건의 제도개선 과제 중 42건만 반영되는 것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토막 된 것도 모자라 행정시장 임명이나 면세점 매출액에 대한 관광진흥기금 부여 등 가장 핵심 과제들이 빠졌다. '특별자치도' 완성은 또 다시 먼 후일로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정부는 8월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32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를 개최해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심의, 확정했다.

   
▲ 정부는 8월 4일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32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심의, 확정했다. ⓒ뉴스제주

이번 6단계 제도개선 과제는 총 90건으로 지난해 9월 30일 정부에 제출됐다.

정부는 90건에 대해 국무조정실 주재 하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소관 부처 간 협의와 조정과정을 거쳐 합의를 봤고, 그 결과 42건만을 제도개선 과제로 확정했다. 나머지 48건은 수용되지 않았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제주도를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넘어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으로 강화하겠다던 발표와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다.

수용되지 않은 48건 중 대부분은 '특별자치'를 수행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치분권과 조세 및 재정, 경제, 교통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선 행정시장 임명에 관한 특례가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치경찰대의 수사권한을 확대하는 부분도 수용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세 및 재정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도내 면세점 매출액에 대한 관광진흥기금 부과' 항목도 수용되지 않았다. '제주'라는 토양을 기반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가는 대기업들이 제주에 강제로 기여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마련이 어려워진 셈이다.

또한 제주자치도와 갈등 관계에 놓여 말 많았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대한 도민참여 확대'도 불수용됐다. 국토부 소관 국가공기업이지만 제주에서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제주도민들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32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제주도가 제출한 90건의 제도개선 과제 중 42건만 반영키로 결정했다. ⓒ뉴스제주

이 뿐만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그렇게 강조해 왔던 '카지노업 지도 및 감독에 관한 특례' 도입도 어려워졌다. 특히 카지노업과 관련한 제도개선 과제는 10건이나 건의됐지만 단 한 개도 반영되지 못했다. 다만, 정부는 카지노업과 관련된 10건의 제도개선 과제 중 6건은 개별법에 반영키로 했고, 나머지 4건은 불수용 처리했다.

수용되지 않은 4건은 앞서 언급된 '카지노업 지도·감독에 관한 특례'를 비롯해 ▲카지노종사원 및 전문모집인 등록제 도입 ▲카지노업의 외국환거래법에 관한 특례 ▲카지노 매출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근거 마련 등이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 환원근거 마련조차 특별법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향후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사업장으로 이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 외국계열 회사들과 논의할 명분이 사라졌다.

원희룡 지사는 이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에 환원할 조건 등을 내걸어 규제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희망사항일 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써 도내 카지노의 대규모 확장 이전은 사실상 막을 수 없게 됐다.

   
▲ 현창행 협치정책기획관이 이번 6단계 제도개선 과제 심의 결과에 대해 서울에 있는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을 대신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제주

이번 6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반영되지 못한 것들 중 또 하나 중요한 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모든 인허가권 전부 이양 건이다.

그간 정부는 제주도를 태양광과 풍력 등 각종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왔다. 이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사회적 갈등 요소로 번져 큰 사회적 비용을 제주가 부담해야 했다. 그러한 제주의 공로를 정부는 이제와서 '모른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렌터카 총량제와 친환경 자동차 정책 확대, 비영리 국제학교 유치를 위한 조세 특례, 공장설립 제한지역 지정권한 이양,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례, 도교육감에게 주민투표권 부여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하나같이 모두 중요한 제도개선 과제들이 죄다 거부된 채 비교적 중앙정부 사무와 멀리 있다고 판단되는 과제들만 반영됐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지원위원회 회의에 참가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완성을 위해 헌법에 제주자치도 설치근거를 명시하고 자치입법권 확대 및 자치재정권 강화를 통한 분권·자치모델 실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내년까지 분권과제 및 지방이양 사무를 발굴해 이양하고, 2019년까지 특별법을 제정한 뒤, 2020년에 지방분권 시행을 한다는 로드맵은 추진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며 "시행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제안했다.

허나 현실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조기실현은 커녕 '반토막'된 특별자치도만 남게 됐다.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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