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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창용

어느 하루 읍사무소에 들렀다 민간인도 공공의 영역에 참여하여 지역복지활동에 협력할 수 있다는 권유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이 되었다.

역할 정립이 채 안된 새내기 위원이 되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었다. 우리는 위원 20명을 5개조로 나누어 매주 화요일 오후마다 담당하는 마을의 노인과 중증 장애인, 복지 수혜 중지·탈락가구를 방문하였다.

그중 한 어르신 집은 60년대 피난민이 사는 곳 같았다. 출입구부터 전선들로 바닥이 어지러워 멀미할 것 같았다. 방바닥에, 침대 밑에, 냉장고 밑에, 방방마다 전선들이 늘어져 금방이라도 불꽃만 튀면 화재가 날 것 같은 생각에 아찔했다.

그렇게 한 가구 한 가구 방문하여 어르신들의 불편을 살피고 맞춤형복지계로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을 알렸다. 발굴한 사례에 따라 서비스 계획을 세우고 공공의 제도를 이용할 대상자와 우리 협의체가 도움 드릴 대상자를 구분하고 방법을 정했다.

한전 근무 경력을 살려 재능기부를 협약하신 위원님과 현장 답사를 하고 전기용품을 챙겨 어르신 가구를 재방문하였다. 동행하신 위원님은 빠른 손놀림과 전기기술로 살려야할 선과 없애야할 선을 정하여 분전함과 연결하고 문어발식 콘센트를 소용에 따라 벽면으로 옮기더니 수명이 다한 전등까지 교체하여 말끔히 정리해 드렸다. 어르신의 필요에 따라 전기를 사용하면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간과한 것을 우리 협의체 위원들이 가구 방문을 통하여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한 것이다. 일을 마친 재능기부 위원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고 어르신도 연신 󰡐이런 고마울 데가,...󰡑를 반복했다.

제주의 어르신들은 육지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도움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고 사후에 갚아야 할 빚이라고 여겨 극구 사양하기 일쑤이다. 대개의 어르신들이 그러한 반면 우리는 또 다른 사례자를 만나러 가야하는데 계속 말을 이으며 손을 놓지 않는 분도 계시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을까.󰡑생각하며 어르신이 만족하실 때까지 들어 드리느라 그날은 더 이상 다른 어르신들을 찾아뵙지 못한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조국의 광복과 분단, 4·3을 겪는 험난한 시대를 살았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젊음을 바친 역사의 주체이시다. 아들, 딸의 성공을 담보로 본인의 노후를 뒤로 하고 참고 견뎌온 어르신들이 지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지역사회의 방문과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방충망, 섀시, 가스온수기, 도배·장판, 수도 등 분야별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올해만도 벌써 노인·장애인 등 2016년도 15가구, 2017년도 9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였다. 고맙다고 배웅 나온 어르신을 뒤로 하며 나도 늙으면 똑같겠지 하는 생각에 지금 당장 내 주변부터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나는 오늘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복지자원 협약 체결을 함께 하기 위하여 행정복지센터로 달려가고 있다. 아직도 우리 지역은 공동체가 살아있다고 느끼며 한림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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