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책임논란, 의장도 폭탄돌리기...
"도의원 43명 늘리는 안, 도민들이 반대하지 않았나..."며 책임 돌려

제주특별자치도의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두고 '3자 회동'에 나섰던 모든 이들이 '폭탄 돌리기' 마냥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기고 있다.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은 8월 10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일본 아오모리현의회와 우호협정 체결에 따른 브리핑을 가졌다. 브리핑은 표면상의 명분이었을 뿐, 신관홍 의장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기자단 측에서 "의회에선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신 의장은 "이 말이 나올 것이라 짐작했다"며 미리 답변을 준비해 온 듯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은 10일 선거구획정 논란과 관련해 해결 방법은 29개 선거구 재조정하는 것일 뿐이라며 해결방안을 선거구획정위로 넘겼다. ⓒ뉴스제주

신 의장은 "이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의장에 취임할 때부터 선거구획정위를 구성해서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도민이 공감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고 항변했다.

선거구획정 사태가 이 지경에 된 것에 대해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는 식의 돌려막기 변명으로 들린다.

이어 신 의장은 "지금 시기적으로 법을 바꾸는 건 촉박하다. 선거구획정위가 어떻게 하겠지만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 때가 오면 도의회에서 가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단 측에선 "그러면 선거구획정위에서 결정한대로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하자, 신 의장은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신 의장은 "어느 의원이든 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어 문제가 심각하게 터질 것이다. 단일 선거구가 없어질텐데 41명의 도의원 중 교육의원 빼고 의견을 나눠 통일된 안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이면, 선거구획정위에서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그 어떤 안'이 도출되더라도 지역갈등 발생은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신 의장은 "그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선거구획정 문제를 이 상황까지 이르게 한 주범들, 이른바 '3자 회동'에 나섰던 정치인들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신 의장은 '도민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용어로 방패막이를 삼았다.

신 의장은 "31개 선거구로 늘리고 2명의 도의원을 더 뽑자는 안이 나왔을 때 도민이 용납하지 못한 거 아니냐. 언론에서도 반대했던 걸로 안다"며 "법을 바꾸는 건 의회가 아니고 국회의원들이다. 그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국회의원들도 못하겠다고 하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 의장은 "법 테두리 안에서 원만하게 진행하려면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의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12일 열렸던 이른바 '3자 협의체'. 선거구획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원희룡 지사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2명(강창일, 오영훈 의원), 신관홍 의장이 모였다. ⓒ뉴스제주

결국,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3명의 국회의원들이나, 신관홍 의장 모두 "내 힘으론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해결방안을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돌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제주자치도의 법정기구인 선거구획정위는 올해 2월 말에 제주도자사에게 권고안을 이미 낸 바 있다. 이미 획정위의 소임을 다 했다.

허나 결과적으로 이 권고안은 무시당했다.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해 정확한 도민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그간 선거구획정을 위해 최선을 다 한 건 '3자 협의체'의 당사자들이 아니라 선거구획정위원회다.

대안 제시하라고 해서 제시했더니 무시하고 다른 안으로 하려고 했다가 그게 안 되자 다시 선거구획정위에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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